코로나 틈탄 ‘어물쩍’ 음주운전 꼼짝마
코로나 틈탄 ‘어물쩍’ 음주운전 꼼짝마
  • 이시라기자
  • 등록일 2020.03.29 20:18
  • 게재일 2020.0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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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북부경찰서 트랩형 음주단속 현장 가 보니…
안전 구조물로 만든 지그재그 도로 통과시켜 의심 차량 걸러내
음주감지기 대신 일회용 음주측정기·채혈 등 단속방법도 바꿔
올해 도내 적발 건수 1~2월 주춤했지만 이달들어 급증세로 전환

28일 오후 포항시 북구 용흥 네거리에서 시행한 음주단속에 적발된 한 시민이 음주 측정을 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다면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 28일 밤 10시께 포항시 북구 용흥네거리. 포항북부경찰서 교통관리계 소속 경찰관 6명이 순찰차에서 내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찰은 1∼2차로에 LED 경광등과 라바콘 등 안전 구조물을 설치해 도로를 S자형으로 만든 뒤 운전자들의 서행을 유도했다.

이날 이들은 트랩(Trap)형 음주단속을 펼쳤다. 지그재그 도로에 차량을 한 대씩 통과시킨 뒤 급정거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걸러내는 것이다. 경찰은 음주감지기의 사용 대신 음주측정기와 채혈을 하는 등 측정 방법도 바꿨다. 음주감지기는 여러 명의 운전자가 같은 기계에 입김을 불기 때문에 비말(침방울)이 튀면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다. 음주 측정기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갈아 끼우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경찰관들은 경광봉을 흔들며 음주 차량이 있는지 날카롭게 바라봤다. 운전자들은 갑작스러운 단속에 깜짝 놀란 모습이었다.

일부 운전자는 차창을 내리며 자신 있게 “후∼” 하고 입김을 부는 행동을 취했다.

몇몇은 착용한 마스크를 주춤거리며 벗기도 했다. 경찰은 차 안의 냄새와 운전자의 얼굴 혈색, 반응 등을 살폈다.

이후 밤 10시 50분께 차량 한 대가 멈칫하며 현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경찰관의 눈에 포착됐다.

경찰은 창문을 두드리며 “창문 좀 내려주세요”라고 말했다. 운전자는 머뭇거리며 차창을 내렸다.

A씨(62·여)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경찰은 A씨의 차를 길가로 세우게 한 뒤 단속을 진행했다.

경찰이 “술 마셨어요?”라고 묻자 대답을 못하는 A씨. 경찰이 다시 한 번 묻자, A씨는 “친구들과 맥주 2잔을 먹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측정에서 A씨는 0.034%가 나왔다. 이는 100일간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찰의 음주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탄 음주운전이 고개를 들고 있다.

27일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지난해 12월 371건, 올해 1월 314건, 2월 235명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이달 1일부터 26일까지 급증하며 277명이나 적발됐다.

기존과 같은 단속이 진행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주운전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트랩형 방식 등으로 여전히 음주 단속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포항북부경찰서 신영호 교통관리계장은 “음주운전 단속은 단속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예방에 그 의미를 두고 있다”며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행위는 나와 가족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범죄 행위다. 도심권과 유흥가 등 음주운전 취약지역에 단속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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