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통상적인 상황을 벗어나 1년에 수백% 이상의 물가상승이 일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초인플레이션이다.

상상이 잘 안 되지만 2018년도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은 1만%를 상회했다. 정부가 빈민구호책을 쓰기 위해 과도하게 돈을 찍어내기 시작해 한달 새 물가가 50% 이상씩 상승했다. 인플레를 수습하기 위해 화폐 단위를 늘리고 또다시 돈을 찍어냈지만 물가상승분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베네수엘라 근로자가 한 달 열심히 일해 봐야 돼지고기 1kg을 사지 못했다. 미국의 블롬버그는 당시 그곳 노동자가 한 달 일해 번 돈으로 커피 두잔 사먹기 힘들다 했다. 의약품을 못 구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인구의 10%는 해외로 탈출했다. 세계 원유매장량 1위인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비극은 1999년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시작됐다. 그의 빈민정책이 발단이다. 200만 빈민층에게 무상으로 집을 지어주고 그들이 사용할 생필품을 국가가 통제하면서 지원했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됨은 물론이다. 무리한 빈민정책으로 국영석유회사가 망하고 재정은 파탄에 이른다.

빈민층 구호라는 차베스의 정책적 선의에 비해 결과는 너무 비참했다. 인기영합에 목적을 둔 포퓰리즘은 대개 경제논리는 뒷전이다. 개혁을 내세우는 정치 지도자의 정치적 편의주의나 기회주의에 매몰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포퓰리즘을 불러오고 있다. 전국 지자체가 재난수당 지급에 앞다퉈 경쟁이다. 경기도가 불을 붙였다. 명칭도 다르고 재원과 지원대상, 규모 등에서도 중구난방이다. 형평성 논란도 크다. 바이러스를 핑계로 정치꾼의 포퓰리즘이 마치 호기를 만난 것 같다. 걱정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