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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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식은죽 먹기, 누워서 떡먹기, 땅짚고 헤엄치기”의 공통점은 “쉽다”라는 의미이다. 한국에서 영남지역에서 보수당이, 호남지역에서 진보당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양상도 비슷하다. 이렇다 보니 이 지역에서의 공천 파동은 매년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반복된다. 그 당에 공천만 되면 당선이 보장되기에 공천위원회는 그 지역민들의 여론과는 상관없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공천한다. 지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누구를 공천해도 당선된다는 오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4·15 총선을 한 달여 남긴 지금. 공천으로 인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공공성이 있는 공천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의한 “사천”이라는 말도 나오고, 막나가는 공천이라는 “막천”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은 그들 정치생명의 사활을 걸고 있고, 여전히 공정한 공천의 길은 멀고 험하다.

야당의 상황은 심각하다. 얼마 전엔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사퇴했다. 친문 논란이 일었던 김미균 후보의 전략공천 철회에 책임을 진다는 이유였지만, 황교안 대표가 공개적으로 공천 번복 등을 요구하며 빚어진 갈등이 시발점이었다. 홍준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의 공천탈락으로 시끄럽다. 홍 전 지사는 당대표와 대통령후보를 역임하였기에 공천에서 탈락하는 순간 퇴로가 차단 당한 상황이다. 퇴로가 없기에 그는 “대구에서 대구 시민들의 시민 공천으로 홍준표의 당부를 묻고, 불꽃선거로 압승해 다시 당으로 돌아가 2022년 정권 탈환의 선봉장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귀순한 태영호 공사를 비판한 것도 화제다. 태 공사의 강남 공천은 매우 획기적이고 신선한 공천임에도 탈북자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분들에 동조하는 발언이었기에 파장이 크다. 그는 북한을 잘 알기에 국회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여당도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숭문당 대표가 무소속으로 경기 의정부갑 출마를 선언했다. 문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4·15 총선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 하였다.

여당에 많은 공헌을 한 문희상 의장의 입장에서는 다만 그 공헌뿐만 아니라 실제로 지역민들의 여론조사에서 앞선 그였기에 경선에라도 참가하도록 배려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해찬 여당 대표는 공천 못 받아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하면 영구 제명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고 야당도 비슷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대체 이런 논리가 어디 있을까? 공천에 배제되어 무소속으로 당선된다는 것은 공천이 잘못되었고 지역민들의 뜻에 반하는 공천이었다고 오히려 공천위나 당이 무소속 당선자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닌가? 공천에 사천, 막천은 배제 되어야 한다. 지역민의 뜻에 맞는 그런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 당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아닌 진정 지역민들에 환영받는 사람이 공천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