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홍

논도 밭도 지워진 세상 빈자리

세월을 덜어내느라 징허게 땀도 많아라

제비들 찾아와 지잘지잘

지 잘났다 지저귀다 사라지고

부산항 마산항 갈매기들

대전발 영시 오십 분 열차에 몸을 실은 까치들

철근을 물고 날다 뛰다 뛰다 날다

뼈도 남아나지 않겠다 거품 물고 날아가 버린 공사장

소금물 뱉어내는 질척한 아파트

저 질긴 목숨들

아직 발을 뺄 수 없어

순천만 갯벌 노을보다 붉은

피에 젖네

제 그림자들 늘이어

세상 눈물 지우네

시인은 평생을 공사장의 철근공으로 전국의 건설현장을 떠도는 철새 같은 노동자로 살다 몇 해 전 우리 곁을 떠난 시인이다. 노동하면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로 노동시를 써 온 시인의 눈시울 붉은 시를 읽는다. 순천만 갯벌에 스미는 노을보다 붉은 시인의 생의 힘겨움과 비애를 읽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