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종교와 정치영역은 구분되는 영역이다. 종교가 영혼 구원이 목적이라면 정치는 국리민복이다. 상호 존중해야할 영역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보았고, 철학적 인간학의 시조 막스 셀러는 종교적 인간을 중시하였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현상을 자주 목도하게 된다. 전광훈 목사의 한기총(CCK)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과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종교를 앞세운 정치 집회는 정당화 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의 종교의 정치개입 행태부터 짚어보기로 한다.

우리 역사에서 고려조에는 불교가 호국 불교라는 명분으로 조선조에서는 유교가 통치이념으로 영향을 미쳤다. 종교가 정치와 분리 되지 못한채 상호 야합한 결과이다. 임란 시 일본의 조선 침략에 가톨릭 종군신부까지 동원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해방 후 한국의 독재 정권하에서는 종교가 현실 정치를 옹호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정권이 종교를 정치에 교묘히 방편으로 이용하였기 때문이다. 종교가 특정 정치 세력에 기생하고 권력에 비위를 맞추는 행태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 신천지와 정치권력과의 관계도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해방이후 한국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종교는 정치권력에 비판적 입장을 표출하였다. 시민사회의 성장이 정체된 사회에서 종교가 비판적 기능을 대행한 셈이다. 특히 가톨릭교회의 정의사제구현단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권위주의 정권시절 반정부적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보수층에서는 종교단체의 이러한 역할을 비판하였고, 진보 측에서는 이를 적극 지지하였다. 여기에는 남미의 해방신학의 영향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여하튼 당시 성당, 교회, 사찰은 반정부적 인사들의 보호처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한기총의 광화문 집회와 같은 정치행위는 상당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극우의 입장인 한기총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탄핵집회는 종교의 과잉 정치 참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시민사회의 입장은 그에 대한 평가는 처한 입장에 따라 상반된다. 결국 광화문 집회의 주역인 전 목사는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대통령의 탄핵 주장뿐 아니라 극우 보수 정당 창당의 주역이기도 하다. 그들은 신학자 본 훼퍼의 ‘미친 자에게 운전을 맡길 수 없다’는 표어를 내세우며 현직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의 정치 개입 행위는 기독교 종교내부 뿐아니라 시민 사회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기총의 정치 개입 행위는 정당화되기 어렵다. 기독교의 교리 상에도 하느님의 권력과 나라와 세상의 권력은 엄연히 구분되어 있다. 일부 급진 기독교에서 예수를 ‘혁명가’로 묘사하기도 한다. 예수가 당시의 유태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는 반기를 들었지만 행위의 본질은 사랑이다. 물론 정치는 종교와 자유 신앙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결국 종교가 정치권력에 기생하고 안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종교의 정치에 관한 무관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기총 식의 과잉 정치 개입은 사회적 분열과 갈등만 야기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