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구냐’

김인환 지음·하움출판사 펴냄
수필집·1만2천원

김인환 수필가

세계 4대 성인(聖人) 중 한 사람인 소크라테스는 우리 인류에 ‘너 자신을 알라’라는 의미심장한 철학적 메시지를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수 세기 세월이 흐른 후에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햄릿’을 통해 ‘넌 누구냐(Who that’s)’라는 경이로운 질문을 또다시 우리에게 던졌다. 과연 인생이란 어떻게 살아야 옳은 것인가. 무엇에 인생의 가치를 둘 것인가.

기업인 출신의 수필가 김인환 씨가 최근 수필집 ‘넌 누구냐(하움출판사)’를 출간했다. 김 작가의 첫 수필집 ‘넌 누구냐’는 기업경영 경험뿐 아니라 사회인으로서 삶을 성찰하는 진솔하고도 따뜻한 시선을 담아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면서 겪고 느낀 일들을 고사(古事)와 함께 엮어 편안한 문장으로 펼쳐내고 있다.

김 작가는 나눔경영을 실천해 성공한 기업가이자 유능한 CEO로서 정평이 나 있다. 글 마디마디마다 삶에 대한 고뇌와 성찰이 배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젊은 시절 추억과 사회의 현실, 미래지향적인 방안 등 다양한 색깔의 수필 작품이 빼곡하다.

책에서 김 작가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300년 후에는 대한민국이란 국호가 사라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유엔보고서를 소개하면서, 현시대를 사는 우리가 조국을 살려내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예리하게 제시하고 있다. 웨딩 산업의 위축, 아동용품 소비급감, 텅 빈 교실에 따른 일자리 감소, 대학정원 축소 등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초래되고 있는 사회적인 부작용 같은 암울한 미래를 열거하면서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제안도 현실감 있게 내놓고 있다.

어쩌면 권력의 힘 앞에서 사라질뻔했던 역사적 사실도 가벼이 터치한다. ‘청와대 비서실장 저격 사건’, ‘김대중 선생 납치사건의 진실’ 등 민감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도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독특한 해석을 제시해 독자들이 반감을 일으키지 않고 읽도록 유도한다. 국가관과 통일관 확립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용기 있는 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부 진보 인사들의 편협된 시각에 영향받아 온통 비행만을 저지른 것으로 여기기 십상인 일반의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화합해 나가야 할 숙명적인 공동체임을 강조한 것도 신선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문제점이 무엇이고,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점도 이채롭다.+

 

과연 우리 시대에 ‘제5대 성인’을 볼 수 있게 될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지며 어쩌면 세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시대 보통사람들이 곧 성인이 아닌가 하는 새로운 해석도 제시하고 있다. 영원한 시대의 어른이자 ‘바보 형님’인 김수환 추기경의 위대함도 다시 새겨보고 있다.

이번 수필집 제목 ‘넌 누구냐’는 셰익스피어가 대표작인 ‘햄릿’을 통해 우리에게 던진 의문이자 교훈이다. 우리 인간들의 본성을 일깨우기 위한 세기적 질문인 셈이다.

김 작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숙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소중한 화두를 던진다. 삶에 대한 고뇌와 성찰을 통해 생애는 얼마든지 반전될 수 있다는 귀한 교훈을 얻게 한다.

작품 곳곳에서 매사에 성실하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온 작가의 인간적 면모를 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기업인으로서의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의식, 수필가로서의 남다른 자부심과 각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비롯해 숱한 만남 속에서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유려한 필치로 묘사된다.

김인환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인생에 대해 새로운 성찰을 하면서 참다운 모습으로 고귀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마지 않는다”면서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해 간다. 누구나 지난 과거에만 사로잡히지 말고, 역사를 알고 시대를 반추하며 햄릿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에 스스로 답해갈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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