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종 태
공원 벤치에 가을이 앉아 있다
지팡이를 짚고 온 가을이
말없이 앉아 있다
허공에 집을 지은 이들은
지상에 폐지조각만 남겨놓은 채 떨고 있다
번지 잃은 영혼의 무게들만
발밑으로 수북이 쌓인다
매달릴 수도
붙잡을 수도 없는
구름의 시간이 흘러간다
노오랗게 신열(身熱)을 앓고 있는
하늘,
그 아래 아무도 기침하지 않는다
시인은 공원에 가득 차 가을을 이루는 사물들을 호명하며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지팡이를 짚고 온 노인네들에게서도, 발 밑에 수북수북 쌓이는 낙엽들에서도 청춘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붙잡을 수 없는 구름의 시간을, 세월의 허허로움을 읽는 시인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