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이스라엘에 원정을 왔을 때 어떤 유대인이 물었습니다. “대왕께서는 금과 은을 갖고 싶지 않습니까?” 알렉산드로스는 대답합니다. “금은보화는 이미 아주 많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유대인 전통과 당신들이 생각하는 정의(正義)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오.”

마침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있는 곳에 두 사람이 랍비를 찾아왔습니다. 한 사람이 넝마 더미를 샀는데 그 속에서 많은 금화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는 넝마를 판 사람에게 “나는 넝마를 산 것이지 금화를 산 것이 아니니 이 금화는 마땅히 당신 것이오.”했고 넝마를 판 사람은 “그렇지 않소. 나는 당신에게 넝마를 이미 팔았으니 그 속에 들어 있었던 금화도 당신 것이오.”

양쪽 주장을 들은 랍비는 다음과 같이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신들에게는 각기 딸과 아들이 있으니까 이들을 결혼시킨 후 그 금화를 그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오.”

옆에서 듣고 있던 알렉산드로스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랍비가 물었습니다. “대왕님의 나라에서는 이러면 어떤 판결을 내리십니까?” 알렉산드로스는 거침없이 대답했습니다. “아, 이런 경우라면 판결은 아주 간단하지요. 두 사람을 죽여 버린 후 그 금화를 내가 갖소. 이것이 내가 아는 정의요.”

등골이 오싹해지는 가치관입니다. 넝마 안의 금화가 누구 소유냐 하는 문제로 옥신각신했던 유대인들이 바보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이런 낭만적인 양보는 모두 사라지고, 치열하게 자기 이익과 자국의 이익을 위해 힘을 기르고 그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정의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물론 겉으로는 온갖 교묘한 수사를 동원해 포장하겠지요. 2천500년 전 플라톤이 그의 책 국가에서 던졌던, ‘올바름’이란 과연 무엇인지 인류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모양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