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문만복래
개문만복래
  • 등록일 2020.02.18 19:57
  • 게재일 20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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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니 뒤뜰의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린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꽃샘바람’이라던가. 어젯밤부터 바람이 쌀쌀해지더니 오늘은 강추위가 예보되었고, 아침에 창을 여니 진눈깨비까지 흩날려 입춘절이 언제 지나가기는 했던가 싶다. 지난 입춘에는 오랜만에 친한 친구로부터 입춘첩을 받았다. ‘원화소복 일신무강’.

입춘첩(立春帖)은 입춘 날 대문이나 들보, 기둥, 천장 등에 써 붙이는 글귀로 ‘입춘대길’이나 ‘건양다경’이 대표적이며,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땅을 쓸면 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복이 온다.)도 자주 쓰이는 편이다. 그런데 개문만복래라…. 과연 그런가? 대문에 입춘첩을 써 붙이던 시절은 주로 농사일을 하던 때였으므로 부지런한 사람의 집은 대문이 먼저 열렸을 것이고, 그 부지런함 덕분에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개문만복도 세월 따라 변하는 것인지 요즘은 하루 종일 대문을 꽁꽁 닫아둔다. 외출이라도 했다가 귀가하면 대문이 잘 닫혔는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다. 물론 도둑이나 잡상인 같이 꼭 막아야 할 자들도 있으나 이웃 간의 소통까지도 단절하고 마는 극도의 개인주의가 팽배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만큼 남을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가 되어버린 까닭이다.

문은 원래 열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 문이 끝내 닫히고 말면 벽과 다름없이 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물도 소화, 배설되기까지는 여러 개의 문을 거친다. 입을 통과한 음식물은 식도를 지나 분문(噴門)을 통과해야 위로 갈 수 있으며,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가려면 유문(幽門)을 지나야 하는 등 여러 개의 관문을 통과하여 항문으로 배설이 잘 되어야 육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따뜻한 마음의 문을 열고 이웃과 잘 소통해야 건전한 사회가 형성되어 정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꼭꼭 걸어 잠근 문을 열기 위해서는 열쇠, 카드키, 비밀번호, 지문인식 등 여러 가지 수단이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웃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따뜻한 마음이다. 소통을 게을리 하면 불통이 되고, 그 불통의 낙인이 주는 패널티는 엄청나게 가혹하다.

제21대 총선 투표일이 코앞에 다가왔다. 늘 그랬듯이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투쟁인지 언론은 온통 난장판이고, 국민들의 피로감은 안중에도 없는 듯 스스로의 이득을 쫓아 이합집산하는 후진적 행태는 여전하다.

그 혼돈의 와중에서 후보들은 제각기 당선이 되면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공약을 발표할 것이다. 신선한 약속이 있는가 하면 허황된 공약도 횡행하기 마련인데, 소통하고 화합하겠다는 공약은 모든 출마자들의 공통된 약속이다. 어떤 후보가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여 서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가지고 봉사할 것인가를 잘 가려서 투표하는 시민들의 감식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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