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기생충’ 수상에 축하
“어마어마한 일이고 대단해”
영화 ‘지푸라기라도…’ 19일 개봉
“신인 감독의 다양성 채워주고파”

전도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그동안 아카데미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는데, 이제는 문이 열린 것 같네요.”

배우 전도연이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에 대해 이같이 축하를 보냈다.

2007년 ‘밀양’으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전도연은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나도 이제 꿈을 꾸게 됐다”고 웃었다. 11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그동안 아카데미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했지만, 이제는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고의 배우요? 아니에요. 저는 최고를 꿈꾸는 배우는 거죠. 언젠가는 저도 좋은 작품으로 아카데미에 갈 수 있겠다고 꿈꿀 수 있는 길이 열렸죠.”

‘기생충’의 수상에 대해서는 “말이 안 나올 만큼 어마어마한 일이고 대단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받았을 때 저 샴페인 땄어요. 봉 감독님과 송강호 배우에게 문자를 보냈죠. 그 이후에도 계속 큰 상을 받고 역사를 쓴 거죠. 저 역시도 전에 칸에서 상을 받았지만, 그 뒤로도 계속 길이 열리고 있는 거죠.”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아카데미에서 배우상이라고 못 받으리라는 법이 없다”며 “윤여정 선생님이랑 같이 아카데미 가고 싶다”고 웃었다.

전도연은 오는 19일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우연히 거액의 돈 가방을 발견한 인물들이 짐승처럼 변해가는 이야기를그린다. 돈 가방은 하나지만, 각 인물은 모두 다른 사연과 이유로 그것을 차지하려 한다.

전도연은 거액의 돈으로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술집 사장 연희를 연기했다. 상영 시간 50분이 지나서야 등장하지만, 첫 등장부터 영화 전체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뽐낸다.

전도연은 “연희의 등장이 파격적이고 등장부터 강력해서 힘을 빼고서 ‘아무것도하지 않는 것처럼 하자’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블랙코미디라고 생각했어요. 또 인물 한명 한명이 정말 좋았죠. 연희처럼 저도 촬영 중간에 들어갔는데, 너무 낯설더라고요. 또 시간이 뒤죽박죽이라 저도 헷갈리긴 했지만, 관객이 이해를 못 하거나 불편함을 느끼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영화로 정우성과 첫 연기 호흡을 맞춘 전도연은 그와의 연인 연기가 처음에는 어색했다고 한다. “정말 오글거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밥 먹고 이야기하자’ 하면서 애교부리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이렇게 애교를 안 부려본 지 오래구나 싶었죠. 또 우성 씨가 너무 잘생겨서 쑥스러웠죠. (웃음) 우성 씨와의 연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적응해서 재밌다고 생각하는 순간 촬영이 끝났어요.”그러면서 “앞으로 정우성과 코미디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사람들은 나에 대해심각한 것만 보는데, 생각보다 나는 코미디 연기를 잘할 것 같다”고 웃었다.

전도연은 지난해 12월에 개봉한 영화 ‘백두산’에도 카메오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처럼 신인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서 전도연은 “다양성을 위해”라고 답했다. “(한국 영화에) 다양성이 사라진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어요. 그래서 신인 감독들의 이야기를 제가 하고 싶어요. 관객들은 봉준호나 이창동 등 위대한 감독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는 돼 있지만, 신인 감독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잖아요. 전도연이 해주면 그 이야기를 들어주잖아요. 사명감까지는 아니지만, 최근에 그런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