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정치의 폐해
세습정치의 폐해
  • 등록일 2020.01.28 19:48
  • 게재일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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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세습(世襲)은 신분이나 재산, 생활양식 및 각종 규범 등이 혈연이나 지연에 의하여 다음 세대로 전수되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 왕조사회에서는 세습이라는 말을 그 대상에 따라 여러 가지로 표현하여 왔다. 왕권세습 경우에는 정치적, 법률적 용어에 한정하여 사용되어 왔으며 재산세습은 특별히 상속(相續)이라는 말로 표현했고, 학문이나 기예의 세습은 사사(師事)라는 용어가 널리 쓰였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들을 담은 포괄적인 생활언어로는 대물림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경국대전, 예전편(禮典篇) 노비토전사패식조(奴婢土田賜牌式條)’에는 왕이 공이 큰 신하에게 ‘종과 토지 몇 결(結)을 상을 주어 영구히 세전(世傳)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교지가 있다. 이 기록을 보면 왕이 특정 가문에서 노비와 토지를 세습할 수 있도록 법으로 인정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과거제도는 조선시대의 신분구조를 결정지었던 교육제도로 각 신분에 따라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문과·무과·잡과·역과 등으로 과거의 분야가 결정되었다. 결국 한 가문의 신분이 대대로 세습되도록 하는 법적 근거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과거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조차 없었던 노비나 죄인은 자연히 신분세습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학문의 세습은 학연에 따라 이루어졌기에 일정한 학통(學統)을 형성했다. 그리하여 한 학자의 학통을 보면 그의 가문, 학문적 성향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예컨데 ‘계문(溪門)’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퇴계 학파를 줄여서 부르는 말로 안동지역에서는 학통이 계문과 연결되어야만 그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학문의 세습은 당파싸움이나 각종 시비의 원인을 제공하게 되었다.

현대의 민주주의사회에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며, 모든 분야에서 균등한 기회가 주어진다. 2018년 말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산하 기업노조에서 간부들에 의한 고용세습이 있었던 것이 드러나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근로기준법과 고용기본정책법, 직업안정법 등을 위반한 불법행위를 ‘오래된 노사 간의 관례’라고 변명한 것을 보면 고용세습이 흔한 일이었음을 알 수 있어 우리 사회의 어두운 한 면을 보여주었다.

결혼 후에도 자립되지 못하고 부모에 기대어 사는 사람을 ‘캥거루족’이라 한다. 정치판에도 캥거루족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이 아버지의 지역구에서 출마하겠다고 하면서 지역구세습 시비에 휘말렸다. 문 의장 역시 의장 역할은 잊은 채 아들 공천을 염두에 두고 작년 연말 제1야당의 강한 반대에도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을 4+1협의체를 만들어 앞장서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하지만 아들이 아버지 지역구를 세습한다는 싸늘한 민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난 23일 총선출마를 포기했다. 세습 정치의 폐해는 바로 부녀 대통령시대를 연 박 전 대통령으로 정치인으로서 스스로 이뤄낸 성취보다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권력 정점까지 올랐다 국민들 손에 의해 권좌에서 내려왔다. 그의 몰락은 오늘날 정치인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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