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직불제 곳곳 구멍 ‘숭숭’
공익직불제 곳곳 구멍 ‘숭숭’
  • 손병현기자
  • 등록일 2020.01.13 20:55
  • 게재일 2020.0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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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급락 경우 지원 방안 없고
목표 예산의 절반도 확보 못 해
소득 보전 취지 못 살릴 가능성
시행령·규칙제정도 안 된 상황
5월부터 시행에 농민들 불안감

오는 5월 ‘공익형 직불제’의 본격 시행이 다가오면서 농민들의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가 농가의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고 일정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해 도입한 취지와 달리 자칫 쌀값이 급락할 경우 소득보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관련 예산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도부터 개편한 데다 강제 휴경명령 등 부당한 조항도 들어있다는게 농민들의 불만이다.

직불제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직접적으로 농민소득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지난 1997년 ‘경영이양 직접지불제’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해 왔다. 이번 도입되는 공익형 직불제는 문재인 정부 농정 개혁의 가장 핵심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이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시기부터 정해져 있어 ‘폭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공익형 직불제는 기존의 6가지 직불제를 하나로 합쳐 재배작물이 무엇이냐에 상관없이 동일한 단가를 적용한 직불금을 농가에 지급하는 것으로 크게 기본과 선택 직불제로 구분 시행될 예정이다. 기본 직불제는 영농 종사 기간, 농촌 거주 기간, 농외소득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소규모 농가에 면적과 관계없이 지급하는 소농직불금과, 재배면적 구간별로 지급하는 면적직불금으로 나뉜다. 선택 직불제는 기존에 추진됐던 경관보전 직불과 친환경농업 직불제가 그대로 유지되며, 기본 직불제와 중복 수령이 가능하다.

예컨대 소농 직불금 대상을 재배면적 0.5㏊ 미만으로 한다고 가정했을 경우를 보자. 직불금은 120만 원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배면적이 농민의 기준인 0.1㏊만 넘으면 0.5㏊ 미만까지는 모두 동일하게 120만 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면적직불금의 단가는 농업진흥구역의 경우 0.1∼2㏊ 미만은 ㏊당 200만 원, 2∼6㏊ 미만은 ㏊당 192만5천 원, 6∼30㏊ 미만은 ㏊당 185만 원이 검토되고 있다. 비진흥구역은 이보다 낮게 책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당 논 비농업진흥구역은 160만∼175만 원, 밭 비농업진흥구역은 70만∼100만 원의 단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직불제는 농업 직불금의 80%가 쌀에 편중된 기존 제도를 개선해 쌀 과잉생산과 작물 간 소득 불균형을 막으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쌀 재배 농가들을 중심으로 직불금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가격 급락 때 쌀 농가의 소득을 보전할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쌀값이 목표가격보다 낮으면 그 차액의 상당 부분을 지원해 주는 변동직불제가 있지만 5월부터는 이 제도가 폐지돼 쌀 가격이 급락할 경우 제도적으로 지원해줄 방안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가장 큰 불만요인이다.

또 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수급 불균형 조정에 나서면 직불금 신청 농업인들의 재배면적을 강제로 조정할 수 있게 한 점도 논란이다. 정부가 수급 불균형이 예상되면 강제 휴경 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기면 직불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게 된다.

이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한데 현재 확보된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농민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공익직불제 도입 등에 필요한 농업 관련 예산 2조2천억 원을 책정했다가 국회에서 2천억 원이 증액돼 2조4천억 원으로 결정됐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농정개혁 테스크포스(TF)가 관련 예산을 매년 1조 원씩 늘려 2022년까지 5조2천억 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발표했을 정도로 예산확보는 긴요한 문제다.

지역 농업계 관계자는 “직불금 개편은 농업계의 숙원이자 농정개혁의 핵심인 것은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며 예산 수준은 전체 국가 예산증가율 수준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시장격리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농업계에서는 시장격리 시점, 가격 등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가 선행돼야 제도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공익형 직불제가 여전히 토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농업인의 50% 이상이 임차농인 만큼 부재지주 문제를 비롯, 농사를 짓지 않는 지주들이 이를 부정수령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공익형’에 걸맞게 농민들에게 어떤 의무를 부여하고, 이행 여부를 누가, 어떻게 점검할 것인지 불분명한 점도 논란이다.

조환철 경북도 친환경농업과장은 “아직 공익직불제 시행을 위한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이 완료되지 않았다”면서 “지역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달라”고 당부했다.

/손병현기자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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