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명에서
백신애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문학·1만2천원

일제시대 여성작가이자 항일운동가, 계몽운동가로 활동한 소설가 백신애(1908~1939)의 중단편선집 ‘혼명에서’(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만주와 시베리아를 방황하는 실향민을 그린 ‘꺼래이’, 현모양처 삶을 살았으나 미쳐버릴 수밖에 없었던 여인을 그린 ‘광인수기’ 등 그의 문학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주요 작품 16편이 망라돼 있다.

소설가 백신애
소설가 백신애

1929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백신애는 영천 출신으로 1939년 불과 31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소설 20여 편, 수필 등 30여 편을 남겼다. 생전에 작품집이 출판되지 않은데다 작품이 다소 거칠고 과격하다는 평으로 인해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

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한국 여성 작가들을 살피는 연구가 이뤄지면서 본격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백신애 문학의 다양한 가치가 재평가됐고, 이후 백신애는 강경애와 더불어 일제강점기 한국문학계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백신애의 문학 세계는 극심한 가난과 봉건적 인습의 굴레에 갇힌 여성들의 비극, 또는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살아낸 짧지만 강렬했던 삶과 지녔던 치열한 문제의식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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