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주최하고 경북매일신문이 주관한 경북 원자력 포럼이 6일 오후 경주 블루원 리조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원자력 관련 전문가와 관계 공무원, 시민들이 다양한 주제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국내 최대의 원전 집적지인 경북은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큰 혼란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 원자력산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2019 경북 원자력포럼’을 마련했다. 6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환기를 맞은 원자력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지혜를 모았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 이준식 양성자과학연구단 단장, 안형준 한국수력원자력 지역상생처장, 전강원 경북도 동해안전략산업국장이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기조강연 김무환 포스텍 총장
“이동성·내구성 등 원전기술 발전시켜 미래사회 대응”

우라늄은 1789년 독일의 화학자 마르틴 클라프로트가 우라니나이트 속에 함유돼 있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1781년 토성의 바깥쪽에서 발견된 새 행성인 천왕성(Uranus)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1938년 독일의 화학자인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이 우라늄의 원자핵과 중성자가 충돌하면 핵이 쪼개지면서 많은 양의 에너지가 나오는 핵분열 실험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이후 원자력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2년 맨하튼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 밖으로 본격적으로 나오게 됐다. 미국은 실험 이후 두 종류의 핵폭탄을 만드는데 성공했고 미국 국방부는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두 차례 핵폭탄 투하했다. 1953년 12월 UN총회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원자력의 평화이용을 촉구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설치를 제안하면서 1957년부터 본격 활동이 시작됐다. 한국은 1959년 원자력연구소가 설립된 이후 약 20년간 준비과정을 거쳐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첫 발전용 원자로가 가동됐다. 당시 세계에서 21번째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번째로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하게 된 한국은 이후 엄청난 기술적 성장을 거쳐 현재는 원전 수출국 반열에 올라 요르단, 네덜란드, 사우디 등 타국에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한국의 원자력산업은 그동안 안전성, 지속가능성, 경제성, 핵비확산성에 만족하는 수준에 그쳐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원자력산업도 강점은 더 강하게 만들고 약점은 보완하는 차원에서 발전방향을 수립해 원자력 이용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이동성, 내구성, 유지보수성 등 원전기술을 보다 발전시킨다면 미래사회에 한 발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발표 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
“안전하고 경제적인 원전해체 위한 기술개발 절실”

원자력시설의 영구정지는 경제성 저하, 대체 발전, 정책적 결정, 중대 사고 등 4가지 이유로 발생한다. 원자력시설 해체는 영구정지 후 원전시설과 부지를 철거하거나 방사성오염을 제거함으로써 원자력안전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원전 해체의 경우 즉시해체, 지연해체, 차폐격리 등 3가지 전략으로 구분된다. ‘즉시해체’란 영구정지 이후 가능한한 빨리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원전시설의 구조물, 부지를 철거하거나 방사성오염을 제거해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키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지연해체’는 장기간동안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 후 오염준위를 개방가능한 수준으로 해체하는 것으로 영국 GCR, 일본 후쿠시마, 미국 TMI 등이 이 방식을 활용했다. ‘차폐격리’는 방사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시설 내에 구조적으로 안정한 물질을 넣어 장기간 격리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사용됐다. 미국, 독일 등 원자력 선진국은 다수의 해체경험을 통해 독자적인 해체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한국은 현재 선진국 대비 80% 수준의 기술력에 그치고 있다. 현재 전세계 원전 623기 중 영구정지된 원전은 169기로, 144기가 해체 중이거나 해체가 완료됐다. 국내에서는 25기 중 고리1호기 1기가 영구정지 됐으며 2029년까지 총 12기가 영구정지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경험부족과 독자적 기술, 장비확보가 미흡한 실정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원전해체를 위해서는 해체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
 

주제발표 이준식 양성자과학연구단 단장
“세계 최고 수준 입자 이용연구 플랫폼 성장에 최선”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정부 주도로 글로벌 전략기술을 집중 개발하기 위한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구축됐다. 양성자과학연구단의 100MeV 양성자가속기는 국내 독자기술로 미국(ORNL의 SNS)과 일본(J-PARC)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첨두 빔전류가 20mA인 대용량 가속기다. 연구단은 100MeV 양성자가속기와 이온빔장치 운영을 통해 원자력, 나노, 생명, 정보·통신, 에너지·환경, 우주, 의료 및 기초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제간 융합·창조적 연구개발에 필요한 최적의 양성자 및 이온 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3년 7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6년간 623개 연구과제, 1천672명이 양성자 빔을 이용해 연구개발을 했으며 이온 빔은 같은 기간 581개 연구과제, 1천186명이 활용했다.

양성자가속기연구단은 국가 R&D전략 및 이용연구수요 등을 반영해 빔라인을 추가적으로 확충하고 고에너지 양성자 빔으로 생성한 2차입자의 활용연구 등을 실시해 보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가능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또한 양성자가속기 기반 의료용 동위원소(RI) 생산·공급, 우주·대기 방사선 영향 평가 및 분석, 양성자가속기 기반 첨단 분석·평가 서비스 플랫폼 구축, 이온빔 장치기반 정밀 분석 서비스 플랫폼 구축 등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입자 이용연구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주제발표 안형준 한국수력원자력 지역상생처장
“지역사회 공동상생 위한 사회공헌 사업 지속 추진”

한수원은 2012년부터 지역인재 채용목표제를 운영하며 비수도권 지역인재와 이전지역 인재 채용비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지역인재 채용비율을 분석해보면 2014년 16.2%에서 2016년 18.8%, 2018년 22.8%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소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자지원사업을 추진해 지역인재 육성, 지역경제 활성화, 환경·문화진흥, 복지증진 등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본사가 소재해 있는 경주지역의 경우 2015년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소외계층 지원사업을 한 것을 시작으로 경주지진피해 복구지원, 경주시 마을공동체 회복프로젝트, 경주지역 대학생 해외봉사 후원, 자유학년제 중학교 진로교육 후원 등에 5년간 118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특히 2016년 경주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해 한수원 본사 이전에 따른 경주지역 대표기업 이미지 정립을 위한 다양한 상생협력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아울러 경주, 포항, 울산 등 동해안 3개 도시가 손을 맞잡은 ‘해오름동맹’에도 힘을 보태 포스텍, 한동대, 동국대 등 지역에 소재한 6개 대학과 R&D 협력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대구·경북지역 기업우대제도를 운영해 공사, 용역 등 한수원의 각종 사업 중 20% 이상을 대구·경북지역 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수행하고 있다.

한수원은 앞으로도 지자체, 지역사회 등과의 공동상생을 위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회공헌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사회적 가치 구현에 앞장설 계획이다.
 

주제발표 전강원 경북도 동해안전략산업국장
“‘1조 경제효과’ 혁신원자력 기술연구원 유치 총력”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환에 따라 원전산업은 다소 위축되고 있는 형국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확대되고 제8차 전력수급계획이 수립되면서 혁신원자력 기술개발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7월부터 경주에 혁신원자력 기술연구원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0년부터 2028년까지 예산 7천210억원이 투입될 기술연구원은 우주, 해양, 극지 등을 활용한 소형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개발연구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SMR은 원전 강대국들이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을 정도로 차세대 원자로로 주목받고 있다. 300㎿ 이하 설비 용량 원전을 일컬으며 100㎿이면 인구 20만명 정도의 도시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한다. 원전 건설비용만 따지면 대형원자로가 5조원이라면 SMR은 7천억원 정도이며 원전을 소형화·일체화할 수 있다. 게다가 SMR는 해양·항공·친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12개국에서 55기의 상용 SMR개발에 성공했으며 향후 SMR시장은 3천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경북도는 기술연구원이 설립되면 1천여명이 고용되며 공사 사업비 투입에 따른 전체적인 취업 유발효과는 7천3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1조334억원으로 추산되는 기술연구원 설립을 통해 환동해는 혁신원자력의 거점지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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