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인 수
현관 앞에 섰는데 젖꼭지 같은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현관을 들어섰는데 무사히 동행한 신발을
벗을까 말까
거실에 쌓인 어둠을 건너야 하는데 밀항하듯
갈까 말까
적막의 길, 근원의 길, 신방(新房)의 길
탄생한 아이들이 깔깔 웃음을 풀어낼 길
걸어서 갈까, 기어서 갈까, 굴러서 갈까
안방에 가면 내 영혼의 껍질과 가죽을 옷걸이에
걸까 말까
외출한 아내가 벗어놓은 머리카락들이 기어다니는
꿈틀거림의 나라에 들어가서
나도 알몸으로 기어다니는 꿈을 꿀까 말까
내가 죽어 저승 갈 때
안방으로 가던 이승의 발걸음이 나의 동행자가
될까 말까
술을 마시고 귀가한 자신의 심리를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술 취한 채 늦게 귀가한 시인은 아내의 잔소리가 두려워 조심조심 거실에 들고, 거실에 쌓인 어둠을 건너 외줄 흔들 다리를 건너 아내가 있는 안방에 드는 것은 마치 저승길을 가는 것쯤으로 전개되는 이 시에서 미소를 머금게 된다. 이 땅 남자들의 서글픈 초상을 보는 것 같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