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온 나라가 진영논리의 광풍(狂風)에 휩싸여 있다. 보수 또는 진보라는 ‘이념’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언론인과 교육자도 진영논리에 갇혀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의 행태가 ‘조폭들의 집단 패싸움’을 닮아가고 있으니 나라가 걱정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 다수 국민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국 교수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하였다. 국론분열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는 명분으로 밀어붙였다. “검찰은 검찰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 일을 하면 권력기관의 개혁이 될 것”이라는 대통령의 변명은 너무나 궁색하다. 검찰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는 법무장관 아내는 기소되었고, 장관 자신도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데도 개혁의 적임자라는 말인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보여준 진보진영의 궤변은 ‘정의의 편이 아니라 진보의 편’이었다. 검찰이 후보자 아내를 전격 기소하자 청와대 인사들은 “미쳐 날뛰는 늑대의 칼춤”이라고 거칠게 비난하였다. 이는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하게 임하라”고 당부했던 말과 완전히 모순된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검찰의 정당한 압수수색에 대해서 “사전에 협의 없이 나라를 어지럽히는 행위”라고 공격하였고, 유시민은 서울대 학생들의 순수한 촛불시위에 대해서 “한국당의 손길이 어른거린다.”고 폄훼하였다. 또한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후보자 딸이 의학전문학술지의 제1저자가 된 것이 문제 되자 “에세이를 제출한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옹호하였다. 교육감이라는 사람이 에세이(essay)와 학술지 논문(treatise)을 구별하지 못하고 ‘내 편 살리기’에만 급급하였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이처럼 진영논리에 갇힌 사람들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즉,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외눈박이 오류’를 범한다. 조국 사태의 본질이 부정·비리·도덕성 문제임에도 진영싸움으로 만들어 진실을 왜곡하였다. 강남좌파들이 사적 네트워크로 얽혀서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진보진영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진보언론 ‘한겨레’의 일선기자 31명은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기관지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한겨레의 칼날은 한없이 무뎌졌다.…정권에 따라 후보자의 검증 기준과 수위가 변하는 것이 한겨레의 논조인가”라고 비판하면서 편집국장단의 사퇴를 요구했다. 또한 진보원로 최장집 교수도 “과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촛불시위에 의해 권력을 위임받았다고 자임하는 정부가 보여주는 정치적 책임이라고 대통령이 말하는 것인가”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따라서 이제 대통령은 진영논리를 버리고 국민통합을 약속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과 같은 극심한 국론분열 상황에서 대통령이 진영논리에 매몰되면 ‘내란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보진영의 대통령이 아니라 온 국민의 대통령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