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 꾼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사람을 보냈다. 그러나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그도 4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불세출의 재간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람의 수명은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인간의 한계다. 예로부터 사람은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인간의 가장 소중한 소망으로 삼았다. “사람의 목숨이 길고 짧은 것은 하늘에 달렸다”는 인명재천 의식 속에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아프지 않고 오래 살도록 희망을 갈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라 하지만 실제로 9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에 건강하게 일한다는 것은 천운(天運)이라 할 만큼 행운이다. 올해 100세를 맞는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인생의 황금기를 70세”라 했다. 그는 “100세 나이까지 일할 수 있고 그것이 자신을 건강하게 하는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막상 90세를 넘겨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건강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그 나이에 맞는 일자리를 구한다는 게 쉽지가 않다. 김 교수처럼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는 것이 일반인에게는 그리 간단한 일이 결코 아니다.

KBS 전국노래자랑 대회의 사회를 맡는 송해 선생의 경우도 이례적이다. 93세의 고령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활약하는 그가 우러러 보이는 것도 나이를 초월한 그의 열정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 없었던 노익장을 과시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88세의 고령에도 여전히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최근 그는 “내가 하는 일과 나와 일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말해 아직 현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말레이시아 국가 정상인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최근 94회 생일을 맞았다는 외신이다. 93세가 되던 지난해 5월 두 번째 총리직에 올랐던 그는 현재 세계 최고령 국가 정상이다.

말레이시아 장수포럼에서 장수의 아이콘으로 추대받을 만큼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한다. 세계는 지금 100세 시대를 실감케 하는 일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100세 시대 돌입을 앞두고 인간의 한계 극복을 위한 현상들이 어른거리는 것 같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