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이 통화전쟁으로…?
무역분쟁이 통화전쟁으로…?
  • 등록일 2019.05.28 19:51
  • 게재일 201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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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주한동대 교수
김학주 한동대 교수

미-중간 무역전쟁이 치열하다. 과연 통화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중국은 그 동안 미국 수출로부터 얻은 달러로 미국국채를 샀다. 2019년 3월 현재 미국국채 가운데 17.3%를 보유하고 있다. 그 덕분에 미국은 구매력을 갖고, 통화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미국이 중국 물건을 사지 않겠다면 중국은 보유하고 있는 미국국채를 팔아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들은 “팔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의 달러부채가 많아 불안하다는 것이다. 만일 중국 외화보유고에서 달러 자산이 줄면 해외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껴 중국에서 일제히 탈출할 수 있다는 우려다.

둘째, 중국이 팔아도 미국국채는 끄떡없을 것이라는 기대다. 세계적으로 미국국채와 경쟁하는 채권은 독일국채와 일본국채 정도인데 이들의 금리는 거의 영(zero)에 가깝다. 여기에 비하면 2%대의 미국국채는 매력적이므로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팔아도 이를 받아줄 매수주체는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결국 중국은 매력적인 자산만 뺏기는 꼴이 된다는 논리다.

그런데 시장은 미국국채가 팔렸을 때 미국이 받을 수 있는 충격, 그리고 중국 금융시장의 성장 속도를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먼저 중국이 미국국채를 집중적으로 팔 것임이 시장에 알려지면 매수 주체들은 일단 채권가격이 충분히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적어도 그 기간만큼은 미국의 국채금리가 상승할텐데 이를 견디지 못하는 구경제 한계기업들이 미국에 많다. 예를 들어 Ford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의 최하단인 BBB고, GM은 이미 투기(junk) 등급인 BB로 추락했다.

또한 미국인들은 빚을 내서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비에 있어 저금리는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주택모기지 대출, 자동차 할부 금융, 학자금 대출 등 모든 시중 금리의 기준은 국채 금리이므로 미국국채 금리가 상승할 때 미국 소비는 쇼크에 빠질 것이다.

한편 중국 금융시장의 성장도 예상보다 빠를 것이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락(Blackrock)의 대표인 래리 핑크(Larry Fink)는 중국이 은퇴인구 난(retirement crisis)에 빠졌다고 이야기했다. 즉 은퇴한 중국인들은 평생 모은 자산을 금융자산에 투자하여 여생을 살아야 하는데 시중에 금융투자수단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선진 금융기관들에게 중국 진출은 엄청난 기회이고, 모두들 중국으로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 문제를 직시하고, 인정한다. 그래서 금융시장 개방 의지를 갖고 있다. 2017년말 중국 정부는 해외 자산운용사의 중국 내 합작 지분 비중을 51%까지 확대했다. 그리고 2021년 100%까지 허용할 계획이다. 중국의 금융시장이 커질수록 내성도 강해질 것이다.

시장이 생각하는 대로 미국 국채를 받아줄 만한 주체가 충분하다면 시진핑 입장에서는 미국 국채를 팔아 볼만하다. 사실 중국의 우려는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매도할 때 가격을 밑으로 밀면서 팔아야 하는 부담이다.

중국이 미국국채를 팔고 나간다는 것은 다시 사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누가 중국의 보유비중(17.3%)을 대신할 수 있을까? 시장 참여자들은 수급이 깨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중국의 미국국채 매도에 따른 충격은 시장이 지금 낙관하는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만일 미국 중앙은행이 지금처럼 달러를 발행해서 중국이 파는 미국국채를 사면 될까? 그 순간이 미국 패권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지금은 미국정부가 화웨이를 뚜렷한 근거 없이 규제하는 등 중국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쉽게 항복하지 않고, 미국이 당황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가기 시작하는 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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