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은 충격적이다. 용의자로 지목된 50대 남자가 마약 전과자인데다 환각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밝혀져 우리 사회가 어느 한곳도 안전한 곳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했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서민들에게는 놀랍고 불안한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인터불고호텔 화재 사건 중간 브리핑에서 사고 경위를 마약을 투약한 용의자가 환각상태에서 저지른 것으로 밝히고 50대 남성을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및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인터불고호텔 방화 사건은 50대 남성이 호텔 별관 로비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질러 일어났다. 다행히 소방차 출동과 천정의 스프링클러 작동 등으로 불은 크게 번지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사고 장소가 40여 명의 투숙객이 묵는 호텔이었다는 점에서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붙잡혔으나 용의자의 차량에는 기름통과 공구 등이 실려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추가 범행 가능성을 짐작게 하기도 했다. 더 놀라운 것은 경찰조사 결과, 50대 용의자가 3일 전 필로폰을 투약했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사고 당일도 “빨리 호텔에 불을 지르라”는 환청을 듣고 호텔 로비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이다.

용의자는 또 소변 간이검사에서 마약양성 반응이 나왔고 필로폰 투약 외에도 과대망상 등으로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전력도 있는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한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마약류로 인한 사건이 자주 목격된다. 우리의 일상과는 아주 멀 것으로 느껴졌던 마약사범이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사건으로 우리의 생활에 어느 듯 마약이 다가선 듯한 느낌으로 감지된다. 연예인과 재벌 3세 등의 마약투약 사건이 터지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마약은 사람의 건강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판단을 흐리게 해 2차 범행을 유발하게 된다. 인터불고 방화사건이 이런 케이스다. 불특정 장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안 되는 우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특히 암암리 유통되는 마약은 중독률이 높아 한번 빠지면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 마약범죄 전문가는 교도소에 반복 수용되는 악성 중독자들이 20만-30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최근 버닝썬 사건 이후 지난 3월에는 경찰이 마약사범 특별검거에 나서 500여 명을 검거했다. 마음만 먹으면 마약사범이 단속될 정도로 마약류의 유통이 극성을 떨치고 있다.

정부가 나서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마약투약자 단속에만 머물지 말고 근원적 해결책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단체 등 우리 사회가 마약류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고 공동의 대응책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