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인 수

피리 소리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늦가을 꽃잎 되어 날고 싶었지

섣달 스무여드레 달을

끌어당기며 훨훨 도솔천 날고 싶었지

불꽃 일 듯 깨어나는 상념의 끝

별빛 따라나서면

자꾸만 헛디디는 나무 꼭대기 위의 길

은빛 날개 아프게 꿈꾸며

잠을 떠메고 떠돌고 있는 저 기다림

고샅길 너머 솟대들은 저마다

어둠을 깊이 물고 날아오른다

또 날아오르는 꿈속의

저 나무기러기들

고샅길 솟대 끝의 나무기러기들은 묶여 있지만 끝없이 비상(飛上)을 꿈꾸고 있다는 시인의 인식을 읽는다. 늦가을 꽃잎이 되어, 피리소리처럼 도솔천을 훨훨 날고 싶은 것이다. 시인은 나무기러기의 열망을 얘기하면서 자신의 욕망의 한 자락을 펴보이고 있다. 현실의 굴레와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꿈의 세계로, 아니 꿈의 세계 저편의 세계로의 비상을 염원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