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도둑의 일기’

익명인 지음
민음사 펴냄·외국문학· 1만2천800원

‘뉴욕 타임스’, 아마존과 아이튠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 ‘산소 도둑의 일기’(민음사)가 번역 출간됐다.

2006년 네덜란드에서 ‘자비(自費)’로 출간된 이래 독립 출판물로서 세간을 떠돌다가 독자들의 입소문, SNS를 통해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2016년 일약 전미 베스트셀러로 발돋움한다. 특히나 스트리트 문화와 힙스터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뉴욕 윌리엄스버그의 독립 서점을 중심으로 유행하면서 “윌리엄스버그의 새로운 다크호스”(‘뉴욕 매거진’)라는 별명과 함께 주류 출판계로 유입된다. 그 후 별도의 마케팅이 없는 ‘자비 독립 출판물’로서는 이례적으로 아마존 연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급기야 1만 부 단위로 증쇄를 거듭하며 순식간에 10만 부를 팔아 치운다. ‘산소 도둑의 일기’는 다른 무엇보다도 그 ‘파격적인 내용’ 덕분에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됐다. 2017년 ‘미투 운동’으로 절정을 이룬 페미니즘의 열기 속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경악해한 것은 역시나 “어째서 남성들이 여성에게 그토록 거리낌 없이 폭력(혐오)을 행사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이 책은 스스로를 ‘여성 혐오자’라 자인(自認)하며 “여성들에게 상처를 주는 데서 흥분을 느꼈다”라고 파렴치하게 선언하는 한 남성의 고백을 담고 있다. . 이 책을 접한 독자들은 “마침내 (일반적인 이성애자) 남성의 민낯을 보았다.”, “알코올 중독자 홀든 콜필드(‘호밀밭의 파수꾼’)와 능력 있는 사진작가 롤리타(‘롤리타’)의 만남!”이라고 환호하는 한편, 익명의 화자를 둘러싸고 ‘과연 실존 인물이냐?’, “‘남성이냐, 여성이냐?’, ‘실화냐, 픽션이냐?’ 등 다양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렇듯 ‘산소 도둑의 일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독자들의 호불호를 넘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