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 인

오는 나비이네

그 등에 무엇일까

몰라 빈 집 마당켠

기운 한낮의 외로운 그늘 한 뼘일까

아기만 혼자 남아

먹다 흘린 밥알과 김칫국물

비어져나오는 울음일까

나오다 턱에 앞자락에 더께지는

땟국물 같은 울음일까

돌보는 이 없는 대낮을 지고

눈시린 적막 하나 지고

가는데, 대체

어디까지나 가나 나비

그 앞에 고요히

무릎 꿇고 싶은 날들 있었다

장자의 나비의 꿈을 연상케하는 시다. 고요한 어느 시골 마을의 대낮 풍경을 그리는 시인은 의미 깊은 메시지를 세상을 향해 던지고 있다. 살랑거리며 날아오는 나비는 삼라만상 중의 미물이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고 있으며 동시에 신성을 가지고 날아가는 나비는 생성과 변화, 소멸의 세계를 보여주는 매체로 인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