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소찬(尸位素餐)의 정치인들
시위소찬(尸位素餐)의 정치인들
  • 등록일 2018.06.21 20:33
  • 게재일 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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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룡서예가
▲ 강희룡서예가

조선건국의 초석을 놓은 정도전은 한 사람의 왕이 절대 권력을 갖고 다스리던 왕조시대에도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백성은 그 임금을 버리고 떠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 떠난 백성들의 마음을 누군가 얻게 되면 백성들이 그를 따라간다고 했다. 이 말은 고려가 망한 원인을 지적했고, 조선이 그렇게 해서 새로 섰으며 조선은 토지개혁을 통해 백성의 삶을 안정시켜서 백성의 마음을 얻었다.

조선 전기의 문신인 신숙주는 관직을 지낸 선비 집안의 유풍을 자손들이 잘 이어가길 염원하는 마음에서 ‘깨끗하게 자신을 지켜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무슨 일이든 태연하게 해낼 수 있다.’라고 가훈을 지어 남겼다. 신숙주의 ‘보한재집’에는 마음가짐(操心), 몸가짐(謹身), 공부(勤學), 가정생활(居家), 관직생활(居官), 여자의 도리(敎女) 등 여섯 조목으로 나눠서 지었는데 윗글은 다섯 번째 조목인 관직생활에서 공인으로의 가져야할 정신을 인용한 구절이다.

깨끗하게 자신을 지킨다는 말은 청렴결백한 관리를 지칭하는 문구이다. 깨끗함이 관리의 요건이 되는 이유를 신숙주는 ‘한 번 부정한 일을 저지르면 남이 알까 부끄러워 위축되고 부끄러운 마음에 명을 내리기도 주저하다 마침내 교활한 아전들에게 약점이 잡혀서 하는 일마다 실패를 초래하니, 자신과 명예를 모두 잃게 되는 것이다.’라고 하며 세상에 이런 일이 허다하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느냐며 탄식한다. 속담에 ‘한 번 채소밭을 망가뜨린 개는 일 날 때마다 의심받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후에는 무슨 일만 생기면 모두 그 개를 의심하게 되고 개는 억울하게도 영영 그 의심을 면치 못한다.

조선 후기의 문인인 김주신 선생의 ‘수곡집, 선비 행장(先<FFFC>行狀)’에는 ‘일하지 않고 밥 먹으면 짐승과 다를 바 없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글은 김주신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행장을 기술하면서 어머니께 평소 들었던 말씀을 인용한 것이다. 5세 때 아버지를 여읜 아들에게 무척 엄격하셨던 어머니는 아들이 빈둥대고 태만한 모습을 보이자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훈도했다고 한다. 사람이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하면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다는 진리를 가르친 것이다.

시위소찬(尸位素餐)이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 관리들이 스스로 녹만 축내고 있다고 자책하거나 혹 남의 무능함을 질타할 때 많이 쓰는 말이다. 시위는 헛되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서경(書經)’의 오자지가(五子之歌)에 ‘태강(太康)이 시위해 안일함과 쾌락으로 그 덕을 상실했다.’라고 하여 하(夏)나라 태강이 임금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지적한 데서 나온 말이다. 소찬은 수고하지 않으면서 밥을 먹는다는 뜻으로 무위도식(無爲徒食)과 같은 말이며 ‘시경, 위풍(衛風)’의 벌단장(伐檀章)에‘저 군자여 공밥을 먹지 않는구나.’라고 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구한말 당시 관료들을 비난하면서‘어리석은 자는 시위소찬에 만족하고 영악한 자는 책임만 피하려고 한다.’라고 질타한 이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눈치나 살피며 안일과 권력만 탐하고 그릇된 일은 ‘모두가 다 네 탓이다.’라고 다투다 결국 군중의 분노를 일으키고 나라와 백성을 곤경에 빠뜨리고 말았다.

지금의 위정자들도 혹 내가 떳떳하지 못하게 공밥만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통절히 돌아볼 때이다. 19대 총선과 임기 중에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20대에는 180석까지 차지한다고 운운하더니 오만과 권력다툼, 지도자의 무능으로 20대 총선에서 야당으로 전락했다. 그 후 파벌끼리 이전투구로 전전하다 6·13지방선거에서 또 다시 처참히‘탄핵’된 후 당 해체위기까지 왔다. 반면 대승을 거둔 여당 역시 벌써부터 내부에서 차기에는 180석차지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과거를 잊은 정당은 오만과 독선에 빠지게 된다. 결과는 현명한 국민들이 그 정당 자체를 해체시킨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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