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랑포선과 모기
당랑포선과 모기
  • 등록일 2018.06.07 20:56
  • 게재일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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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룡<BR>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조선 말기의 문신이며 학자인 김윤식(1835∼1922)은 그의 저서 운양집(雲養集)에 ‘고약한 모기 이야기(苦蚊說)’ 즉 모기에 대한 우화를 싣고 있다. 그 당시 호남 전주의 모기가 독하기로 온 나라 안에 소문이 났는데 연해(沿海)의 여러 모기도 또한 전주 모기와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강했었다. 그런데 전주와 연해의 여러 모기는 모두 순천 금오도의 모기를 대부(大父)로 추대하였기에 마침내 금오도의 모기가 전국에서 으뜸이 되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금오도에는 본래 사슴이 많기로 전국에 소문이 나서 먼 지역의 사람들까지도 먹을 것을 싸들고 바다를 건너와서는 사슴을 잡아 그 피를 마셨다. 예나 지금이나 사슴피가 보양식이라는 소문이 맞는 모양이다. 그러나 온 사람들마다 반드시 모기 때문에 고통을 받고 피를 빨렸기 때문에 사람들이 마침내 금오도의 사슴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게 되었다. 알고 보면 사슴피가 도움이 안 되는 게 아니라 모기의 해로움이 더 컸던 것이다.

‘고문설’의 일부 내용을 들춰보면 어떤 사람이 사슴피를 마시러 금오도에 왔다가 모기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벌떡 일어나 탄식하기를 ‘모기야 나는 죄가 없단다’ 하였다. 그러자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 사람이 웃으며 말하였다. ‘천하에 완전한 복은 없으며 반드시 되돌아가는 이치는 있습니다. 태양은 하늘 한복판에 도달하면 기울어지고, 달은 차면 이지러집니다. 물은 불을 이기지만 흙은 도리어 물을 이기는 것이 한결같은 이치입니다. 호랑이는 모든 짐승을 잡아먹을 수 있지만 털 사이에 숨은 벌레에게 물어뜯깁니다. 사마귀는 매미를 잡아먹으나 참새가 그 뒤를 노리고 참새 뒤에는 포수가 있습니다. 그 이치가 마치 은혜와 원한이 왕복하는 것 같습니다. (중략) 그대가 사슴피를 마신 지 여러 날이 되어서 혈기가 왕성하고 피부가 윤택합니다. 생각건대, 하늘이 모기를 시켜 그대의 이익을 나누어 갖게 한 것 아니겠습니까?’

듣고 보니 그럴듯한 말인지라 고개를 끄덕였지만 의문은 남았다. ‘아니 저 모기는 마치 사슴을 위해서 대신 나에게 덤벼들어 복수를 해 주는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면 사슴은 모기에게 무슨 은혜를 베풀었단 말인가.’ 이런 의문에 대해 아까의 그 사람은 이렇게 답변을 했다. ‘모기는 그 작은 몸으로 바다 섬의 텅 비고 적막한 곳에 사니 사슴이 아니면 그 이름을 사방에 드날릴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것이 커다란 은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 농담 같은 얘기 속에 뜻밖의 커다란 진리가 들어 있다. 사슴이 많기로 유명한 섬에 피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자 그 사람들을 문 모기가 더욱 유명해진 사례로 세상 만물은 서로 얽혀서 좋든 나쁘든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다. 매미와 참새 이야기는 한나라 유향이 편찬한 ‘설원(說苑) 정강편’에 수록된 고사인 당랑포선(螳螂捕蟬)이다. 눈앞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등 뒤의 근심을 돌아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사람은 욕심과 이득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면 한 치 앞의 우환을 내다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지니고 있다. 6월 13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지금 많은 후보들이 공복을 자처하며 난립하여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각 후보 나름대로 지역을 위해 공약을 마련하여 유권자들에게 본인만이 적임자이며 지역현안을 해결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정치를 고려하지 않은 설익은 공약이나 추상적 공약은 애초부터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 없는 인기위주의 공약은 유권자들을 속이는 것이며 후진국 정치현상의 표본인 것이다. 혹시나 모기와 같은 해충에 해당하는 부적합한 후보자들이 걸러지지 않고 선택된다면, 그 부담과 책임은 유권자들이 떠안아야 한다. 올바른 일꾼을 선택 못한 결과는 국민을 주인이 아니라 그저 이 땅에 세 들어 사는 객으로 만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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