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구<br /><br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강자의 `갑질`에 대항하는 약자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이 우리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성폭력을 당하고도 힘이 없어서 말할 수 없었던 약자들이 이 운동을 계기로 용기를 내고 있는 것이다. 미투운동은 단순한 성범죄가 아니라 `권력형 갑질`에 대한 고발이다. 이러한 점에서 미투운동의 본질은 `성(gender)`이 아니라 `권력(power)`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강자의 약자에 대한 갑질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갑질 성폭력`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최근에 밝혀지고 있는 성폭력의 가해자들은 모두가 권력과 명예를 가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고위직 검사장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여검사를 성추행하는가 하면, 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도지사가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하고도 속죄와 반성은커녕 자신의 살길을 찾기에 급급하다. 노벨문학상 후보자, 세계적 영화감독, 연극계의 대부 등 우리 문화예술계의 거장들 역시 천사의 탈을 쓴 악마들이었다. 더욱이 약자들의 정신적 안식처가 되어주어야 할 천주교 사제뿐만 아니라, 제자들에게 `참 삶의 길`을 가르쳐야 할 대학 교수마저도 갑질 성폭력의 주범이 되고 있으니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권력과 명예를 가진 자들이 이 지경이니 우리의 미래는 참으로 암담하다. 문화민족으로서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 즉 `선비정신`을 숭상하였던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런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동물의 세계`가 되었단 말인가? 강자의 성폭력에 약자들이 울부짖고 있는 오늘의 이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올바른 가치관을 갖지 못한 사람이 권력과 명예를 갖게 된다면 그보다 더 위험한 일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갑을관계(甲乙關係)에서 만연하고 있는 `갑질 성적폐(性積弊)`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 미투의 원인이 가진 자의 잘못된 가치관에서 비롯되고 있으니 반드시 인간교육이 필요하고, 성폭력을 처벌하는 법과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니 그 보완이 시급하다.

인간교육의 차원에서는 가진 자들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이 절실하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욕망대로 살아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선진국에서는 `잘사는 것 못지않게 바르게 사는 것의 중요성`을 가르치는데, 우리의 교육은 가정과 학교를 가릴 것 없이 오직 `나만 잘사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으니 `공동체를 위한 도덕과 정의`는 설 자리가 없다. 바르게 사는데 필요한 가치관 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이루어져야 하며, 갑질 성폭력의 위험성이 높은 성인의 경우에는 사회교육의 차원에서 지속적인 재교육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는 갑질 성폭력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현재 성범죄자의 대부분은 벌금형 또는 합의에 의한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실정이다. 따라서 형법, 성폭력특별법 등을 개정하여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 폐지, 갑질 성폭력에 대한 실형 부과,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 등을 뒷받침하여야 한다. 특히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공직사회의 경우에는 갑질 성폭력에 대한 강력한 징계, 예를 들어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미투운동은 우리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진통이다. 미투는 `본능과 폭력이 난무하는 야만의 세계`로부터 `이성과 윤리가 작동하는 문명의 세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겪고 있는 약자들의 숨 막히는 고통이다. 따라서 우리는 당연히 그들의 아픔과 함께(#With You)해야 할 것이며, 도덕적 불감증 속에서 흐트러진 우리들의 자세를 스스로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