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연습
우는 연습
  • 등록일 2017.08.10 20:46
  • 게재일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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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종<br /><br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 김규종 경북대 교수·인문학부

“연습하면 도사가 된다(Uebung macht Meister)!”는 도이치어 속담이 있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요즘 그걸 몸소 확인하고 속으로 웃곤 한다. 지난 5월 5일 안성에 있는 친구에게서 청계 병아리 15마리를 데려왔다. 7마리는 3월 20일생이고, 8마리는 4월 18일생이다. 그러니까 아직 5개월도 되지 않은 중병아리 수준이다. 그럼에도 아침저녁으로 어린 수탉들은 맹렬하게 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처음엔 `저것도 닭 울음소리인가?` 적잖이 의심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늠름한 수탉의 장쾌한 울림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뭔가 이리저리 삐지고 바람 빠진 헛소리가 들려왔던 탓이다. 벌써 3주 이상 녀석들은 그렇게 우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귀를 기울이면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이 약여하다. 물론 동네 인근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비하면 여전히 조족지혈(鳥足之血)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모든 수탉들이 처음부터 온전하게 멋진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자명(自明)한 이치를. `자명하다`는 어휘에 허방다리가 있다. 당연하고 너무나 빤한 이치라고 모두가 확신하는 그 이면(裏面)에 사유할 지점이 있는 게다. 우리는 모든 수탉이 태어나면서부터 통쾌한 목소리를 자랑한다고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수탉들의 끈질기게 우는 연습과 도시생활로 점철된 한국인들의 일상은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한때 한국인들의 우상이자 반짝이는 별 중의 별로 등극한 김연아. 그녀의 종목은 피겨 스케이팅. 육상이나 수영 같은 기록경기를 좋아하는 탓이기도 하지만 나는 그녀의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없다. 언제 넘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경연(競演)을 배짱 좋게 들여다볼 엄두가 도무지 생겨나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 경기를 천연덕스레 지켜보는 인총들의 환한 얼굴에서 경외감까지 읽었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얼마나 숱한 엉덩방아를 찧었을까, 연아 선수는. 얼마나 많은 좌절과 실패를 딛고 세계 최고가 된 것일까. 경기장에 들어설 때, 혹시나 하는 두려움과 의구심은 없었던 것일까.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도 1위 자리를 내줘야 했을 때 그녀의 흉중에는 무슨 생각이 자리했을까. 종당에는 `왜 나는 오늘도 공중에서 3회전 점프를 해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그녀는 품어보기라도 한 것일까. 그런 생각마저 나를 붙들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내 젊은 날 필요충분조건이었던 장발(長髮)과 기타를 떠올린다. 머리야 마냥 기르면 그만이지만 기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욱이 나처럼 악기나 기계를 다루는데 애를 먹는 인간은 재주를 타고난 사람의 몇 곱절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도 남들 흉내는 내고 살았던 새파랗던 20대. 많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 자문(自問)했다. `나이 들어 좋아하는 노래를 위한 적절한 반주 정도의 기타연주가 가능한가.` 아니외다, 하는 대답.

안식년 1년 동안 잘 아는 분에게 기타교습을 받았다. 1주일에 1회, 2시간 남짓. 내 기억이 맞는다면 아마 한두 번 빼먹었을까. 꽤나 열심히 다니면서 주말에는 집에서 따로 연습도 하곤 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기타반주로 삼아 노래하게 되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반주는 엉망이었고, 노래는 지리멸렬이었다. 그 후로 오랫동안 기타를 벽에 세워두었다.

어린 수탉들이 꾸준히 우는 연습을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새삼 돌이키게 된다. 저들만큼 진지하고 끈질기게 연습했던가. 언젠가는 잘 우는 수탉이 될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졌던가. 오늘의 실패와 좌절에 굴하지 않고 전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는가. 어느 날인가부터 벽에 세워져 있던 기타가 내 앞으로 옮겨졌고, 왼손 네 개의 손가락에는 굳은살이 다시 들어차기 시작했다. 결국 “연습해야 도사가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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