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임청각 회화나무 시민 발길 이어져
속보=안동 임청각 회화나무 절단 사건〈본지 8월 25일자 15면〉이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을 찾아 애도를 표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22일 새벽 잘린 이 나무는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의 집인 임청각 대문 앞을 지켰던 나무로 알려져 있다.
일제가 임청각의 기운을 말살하기 위해 99칸 집의 절반을 헐어내고 중앙선 철길을 놓을 때도 나무는 화를 면하는 등 300년의 사연 많은 수령을 이어왔다.
특히 1970년대 안동댐 공사차량 진입을 위해 나무를 베려던 인부가 횡사하면서 안동의 신목으로 대접받아 해마다 제가 올려졌다.
이 때문에 나무가 베어진 이후 남은 밑둥에는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과 막걸리잔이 계속해 쌓였다.
나무가 잘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2∼3일 동안은 안동 지역 유림단체 관계자들은 물론 촌로들까지 현장을 찾아 눈물을 흘리는 등 애도를 표했고, 현재도 시민들이 애도의 발길을 끊지 않고 있다.
또 안동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와 지역 포털사이트에는 애도를 표하는 글과 복원을 바란다는 내용의 건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올라오고 있다.
시민 김승일씨는 안동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선조들의 얼을 상징하며 300년 넘게 안동을 지키던 신목이 처참히 잘려졌다. 나무가 잘려진 게 아니라 안동 역사의 일부가 잘려진 것이다. 조속한 복원노력을 부탁한다”고 적었다.
물론 이와 달리 “나무는 나무일 뿐이다. 도로 중간을 가로막아 사고위험이 높았는데 이참에 베어져서 오히려 다행이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안동시 문화재과 권태욱 과장은 “나무를 되살리자는 시민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시민들도 분명히 있다”며 “역사적 가치도 고려하고, 교통영향 등 공공적 득실도 따져봐야 하므로 천천히 생각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동경찰서는 이 사건에 대한 고발인이 없는데다 뚜렷한 단서 마저 찾지 못해 사실상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임태기자 lee77@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