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
죽도시장 `대화식당`

▲ 죽도시장 내 대화식당 앞에서 손님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아…저, 메뉴판은요?”, “음식이 한 가진데 뭔 메뉴판, 어떻게 줄까, 섞어?”“네?”, “쌀밥, 보리밥? 아님 섞어서?”, “아~ 섞어 주세요!”

죽도시장 수제비골목 근처에서 길을 묻고 물어 찾아간 `대화식당`에 도착해 주문하기까지, `저 여기 처음 왔어요`티를 팍팍 내고야 말았다.

`보리밥정식`으로 유명한 대화식당은 소문난 맛집답게 단골들로 북적거린다. 복닥거리는 시장 골목을 따라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다들 익숙하다는듯 신발을 벗고 올라와 좁은 공간 속 다닥다닥 놓인 테이블을 하나 둘 차지하기 시작한다. 번잡한 시장통만큼이나 손님들로 복작여 자리 잡기가 만만치 않지만 막상 앉고 나면 음식이 나오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

숭늉 한 사발로 목을 축이고 있으면 곧이어 각종 반찬들이 옹기종기 가득 담긴 둥근 쟁반이 나온다. 반찬 담긴 접시를 일일이 테이블 위에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쟁반 위에 올린 채 먹는 것이 특징.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음식을 빨리 내는 동시에 다음 손님까지 배려해 쟁반 채 들어 빨리 치우기 위한 나름 전략인 셈이다.

각각의 접시에 담긴 요리는 식욕을 자극하는 색감으로 구미를 당긴다. 삶은 배추무침부터 콩나물무침, 미역줄기볶음에다가 열무물김치, 총각김치에 이어 고등어구이와 상추, 된장찌개까지. 각종 반찬들과 찌개가 한데 어우러져 무지개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쌀밥과 보리밥 담긴 그릇이 손에 도착하면 각종 나물과 된장찌개 속 야채, 두부를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까지 팍팍 넣고 비비는 그 순간에도 꼴딱꼴딱 침이 넘어간다. 완성된 비빔밥을 바삭하게 구운 고등어나 된장에 버무린 꽈리고추에 얹어 한 술씩 떠먹다보면 한 그릇 뚝딱 비우는 건 시간문제다.

 

▲ 대화식당의 보리밥정식. 큰 쟁반에 반찬 접시를 한 곳에 모아 먹는 것이 특징이다.
▲ 대화식당의 보리밥정식. 큰 쟁반에 반찬 접시를 한 곳에 모아 먹는 것이 특징이다.

배낭을 메고 식당에 들어선 등산복 차림의 40대 여성은 “아침 일찍 산행 후 시장에 들러 점심 한 그릇 하러 왔다”며 “살림살이하는 주부들은 밥값 걱정때문에 한 그릇 사먹는 일이 쉽지 않지만 여긴 4천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생선구이와 찌개까지 맛볼 수 있어 혼자서도 종종 찾아온다”고 말했다.

특히 대화식당은 포항의 명물이라고도 불리는 `마약김밥`으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포항에서 반드시 먹어야 할 김밥`으로도 알려져 있을 정도. 특이한 김밥이기 보단 당근과 우엉, 어묵, 오이, 달걀 등 속 재료를 하나씩 직접 손질해 지지고 볶아 건강하고 맛있다는 점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 잡은 비결이다.

대학생 윤혜주(23·서울 용산)씨는 “경상도 음식은 맛이 자극적이라고 들었는데 죽도시장에서 칼국수와 함께 마약김밥을 맛보고 나서 깜짝 놀랐다”며 “조미료가 아닌 손맛이 담겨 그런지 짜지 않고 오히려 간이 입맛에 딱 맞다”고 웃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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