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을 전후해서 꽃이 핀다. 하얀 고깔을 연상해서 `승무화`, 사발을 닮아서 `사발 꽃`, 북한에서는 `큰 접시꽃`이라 부른다.
서양에서는 눈덩이 같다고`스노우 볼 트리`(Snowball tree)라 한다. `절 나무`라 부르는 이 꽃은 번식력이 없다. 백당나무를 개량하면서 꽃의 아름다움을 위해 생식기능을 없앴기 때문이다. 꽃은 탐스러우나 무성화(無性花)여서 암술과 수술이 없다. 그래서 씨를 맺지 못한다. 스스로 번식할 수 없기에 꺾꽂이를 통해서만 번식할 수 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정진하는 스님들과 닮은 꽃이다. 세 갈래로 갈라진 잎은 불(佛)ㆍ법(法)ㆍ승(僧)을 상징한다.
꽃말까지 부처의 가르침 중 하나인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그러고 보니 `절 꽃`에 틀림없다.
옛날 바닷가에 한 노파가 주막을 열었다. 어느 날 아침 누더기 차림의 한 노인이 주막으로 쓰러질 듯이 들어와서는 먹을 것을 청했다. 노파는 정성스레 밥상을 차려서 내놓았다. 식사를 마친 노인은 음식값이 없다고 하면서 대신 무슨 일이라도 좋으니 시켜만 달라고 사정하였다. 노파는 다음에 혹 이곳을 지나시는 길에 들러서 갚으라고 했다. 노인은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난 뒤, 내년 6월경 할머니의 손자가 종기를 크게 앓을 것이니, 그때 앞산에 있는 절 뒤 숲으로 찾아오면 병을 낫게 할 약초를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노파는 그 말을 믿지 않았는데 다음 해 유월이 되자 손자가 종기로 고생하게 되었다. 절 뒤 숲으로 찾아갔더니 노인을 닮은 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나무의 잎을 따다가 손자의 종기에 붙이자 신기하게도 병이 나았다. 그 나무가 불두화이다.
/김한성<수필가·한문 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