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연구비 관리와 신뢰
대학의 연구비 관리와 신뢰
  • 등록일 2013.03.25 00:02
  • 게재일 201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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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대학교수나 학자 출신을 장·차관으로 등용할 때 연구논문 표절, 연구비 유용 등이 문제가 된다. 이번 새정부 각료임명을 위한 국회청문회에서도 연구논문, 연구비 문제가 문제가 됐다. 수년전 줄기세포논문을 허위로 냈다고 하여 국가전체가 시끄러웠던 유명한 사건이 있었고, 아직도 그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학에서 연구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연구비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방법론적인 문제에 있어서 긍정적인 방향과 부정적인 방향 양방향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학교 구성원의 명예를 지켜주고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연구논문과 연구비 비리는 사실상 양성과 악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연구논문의 경우 자기의 논문을 인용한다든가 스승 제자간의 논문인용 및 유명논문의 인용언급 없는 인용은 양성으로 구분되는 반면 전혀 연구를 하지 않고 통째로 베끼는 행위는 악성으로 볼 수 있다.

연구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연구비를 받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또는 연구실의 활동들을 위해 소위 `연구실비(랩비)`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 선의로 연구비의 일부를 보관하는 경우는 양성이고,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연구비를 유용한다면 악성이다.

대학이 연구논문과 연구비를 감독하는데 있어서 양성과 악성을 잘 구분할 필요가 있다. 양성의 경우 건전한 방향으로 의견 교환을 통해 해결할수 있을 것이며, 연구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학교가 도와줘야 할 것이다. 대학원생의 장학금을 마련해야 하는 교수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연구비에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는 경우 등 여러가지 문제를 대학이 이해해 적절하고 지혜로운 해결책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물론 악성의 연구비 유용은 사안에 따라서 징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도 면밀히 사안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감정적으로 징계를 해서는 안된다.

연구논문 표절여부나 연구비 문제는 적발과 징계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 연구비를 유용하지 않도록 대학은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교수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는 유교사상에 의한 예의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데 서양에서 도입된 연구프로젝트 관리나 연구비관리는 유교사상과 항상 충돌할 소지를 안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프로젝트에는 통상 회식비가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회의를 하면 회식비가 들고, 연구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중간중간 보고서들을 쓰면서 격려회식도 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의 연구비 사용을 이해하려면 문화도 이해해야 한다. 이런 문화가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군사부일체`라는 옛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교수와 제자와의 관계는 신뢰와 사랑의 관계이다. 동양권에서 교수와 제자의 관계는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는 관계이며, 졸업후에도 끈끈한 인간관계가 중요시되는 관계다. 필자가 미국대학 교수로 있던 시절을 돌아보면 제자들과의 관계는 한국과는 달리 다소 공식적이고, 졸업후에는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반면 한국에서는 연구실별로 매년 모이기도 하고, 제자결혼식에 주례도 서고, 교수의 은퇴식에는 많은 제자들이 모인다. 이런 동양적인 사고와 예절은 서양문화에 있어서 동양문화의 우위로 여겨지며, 내가 아는 많은 외국인교수들이 부러워하는 문화와 예절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무신불립(無信不立·신뢰가없으면 그 조직은 무너진다)`이라고 했다. 조직은 신뢰와 사랑이 있어야 잘 유지되고 번성할수 있다. 대학은 더더욱 그렇다. 대학내의 보직자와 교수와 직원, 그리고 교수와 학생간의 관계는 신뢰와 사랑에 기초해야 한다. 대학의 연구논문, 연구비 관리는 이러한 `신뢰와 사랑`아라는 관점에서 적발 보다는 예방이라는 차원에서 슬기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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