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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구룡포 동해안 바다여행

정철화기자
등록일 2013-03-15 00:33 게재일 2013-03-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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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불꾸불 해안선따라 만나는 여유
▲ 호미곶 해안선 전경

포항의 도심을 벗어나 포스코와 도구해수욕장을 지나면 영일만을 품에 안고 925번 지방도로가 나있다.

이곳에서 호미곶을 거쳐 구룡포항을 연결하는 30㎞에 달하는 해안도로를 달려보자. 영일만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아름다운 경치는

감탄을 자아낸다. 꾸불꾸불 이어지는 해안선과 항포구, 어촌마을과 만나는 어민들의 삶이 모두 볼거리이고 체험거리이다.

지친 심신 풀어줄 호미곶 해풍에 국립등대박물관 등 볼거리 다양

구룡포항, 동해 진미 한가득… 대게·전복 등 식도락가 입맛 자극

△ 해파랑

산책하면 숲길을 걷는 산림욕을 연상한다. 수목이 해충이나 미생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내뿜는 향균물질인 피돈치드가 인체 건강에 매우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닷길 산책도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다. 태평양 해양기술회의는 파도가 칠 때 발생하는 초음파는 사람 뇌 속의 알파파를 활성화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알파파는 사람이 편히 쉬거나 명상에 빠질 때 주로 나타나는 뇌파로 알파파가 지속되면 정신 집중력이 높아지고 피로 회복도 빨라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해양의 공기는 매우 순수하고 자연적으로 음이온으로 충전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바다의 공기는 해수의 유익한 성분을 에어졸로의 형태로 전달해 주기 때문에 해풍은 사람들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거나 평안하게 해준다는 학설이다.

바닷가 근처에 살수록 더 건강하다는 연구내용이 이같은 학설을 뒷받침해준다.

지난 2001년 인구 센서스로 수집된 영국인 4천800만명의 건강정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바닷가로부터 1마일(1.6㎞) 이내에 사는 사람들이 30마일(48㎞) 이상 떨어진 사람들에 비해 더 건강했다는 것.

정신과전문의인 양재진 박사는 “바닷가에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건강하며, 그 이유는 바닷가 환경이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세계적으로 일본 홋카이도와 지중해 연안 마을이 장수촌으로 꼽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구룡포 수산물 한마당 잔치 행사장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는 휴식처로 바닷가 산책도 권할만 하다. 그것도 해풍이 세기로 유명한 포항 호미곶 일대 동해안이면 금상첨화이다.

호미곶은 봄철 해풍으로 더욱 유명하다. 뼈 속 깊이 파고드는 겨울 삭풍도 봄이되면 강한 해풍에 꼬리를 감춘다. 동해의 봄 샛바람은 겨울 삭풍보다 더 시릴 정도로 매섭고 강하다. 호미곶 주민들이 `봄 샛바람에 목장 말 얼어 죽는다`고 말할 정도이니 해풍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호미곶 일대에 해파랑길이 나 있다. `해파랑`은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색인 `파랑`, `~와 함께`라는 조사 `랑`이 합쳐진 말이다. 조합해 보면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 소리를 벗 삼아 함께 걷는 길`이란 뜻이다.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일출고장이니 해파랑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 바로 옆에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호미곶등대와 국립등대박물관이 있다. 1903년 12월에 세워진 호미곶등대는 철골구조물없이 지어진 건축물인데다 등대 내부에 조선왕실의 상징인 배꽃 모양의 문장이 조각돼 있어 역사적 자료로서 의미가 있다.

등대박물관은 등대와 항해의 역사 및 자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박물관이다. 봄철 해풍을 맞으며 소중한 역사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멋진 여행길이다.

△ 동해안 별미기행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식행(食行)을 빼놓을 수 있다. 영일만 앞바다는 동한난류와 북한한류가 만나는 황금어장이다. 이곳에서 잡힌 각종 해산물은 누구나 맛보고 싶어하는 성찬이다.

호미곶에서 10㎞ 남짓 거리에 구룡포항이 있다. 동해안 최대 어업항이다. 오징어와 대게, 꽁치, 문어, 가자미, 전복, 해삼, 성게, 고래, 골뱅이, 전어, 도루묵 등 동해안에서 잡히는 모든 수산물의 집산지이다. 겨우내 전국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과메기 원조고장이자 우리나라에서 대게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동해 어촌마을 어느 곳에서 이들 동해의 진미를 맛볼 수 있으나 마침 구룡포에서 수산물 한마당 잔치가 열리고 있으니 아주 특별한 식행의 멋을 즐길 수 있다.

구룡포 수산물 한마당 잔치는 지난달 15일 시작돼 이달말까지 계속된다. 구룡포항 북방파제 입구에 마련된 행사장에는 구룡포의 특산품인 대게를 주축으로 각종 수산물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구수한 풍미가 미각을 자극한다. 화로불 석쇠에서 지글지글 굽히는 꽁치와 오징어, 골뱅이 구이에서 나는 달콤한 향기가 발길을 붙잡는다.

▲ 상가 주인이 관광객들에게 수족관의 대게를 꺼내 보여주고 있는 모습.

대표 특산품인 과메기와 대게와 오징어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일대 연안에서만 잡힌다는 돌문어, 울산 장생포와 함께 포경항구로 명성을 드높일 때 지역 대표음식으로 자리잡았던 고래고기, 동해안 자연산 전복과 성게알 요리 등은 별미 중의 별미이다. 구룡포 뱃사람들의 애환이 깃든 토속음식으로 모리국수도 빼놓을 수 없다. 커다란 양은냄비에 각종 해산물과 야채를 뜸뿍 넣고 다진 양념으로 걸쭉하게 끓여는 국수이다. 뱃사람들이 바쁜 조업 중에 급하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생선회에 고추장을 풀어 넣어 만들었다는 물회와 함께 동해안 뱃사람들이 개발한 대표적인 음식이다.

축제 기간을 맞아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어 동해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관광객들이 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도 있고 주말마다 가요제와 색소폰 연주회 등 볼거리마저 풍성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수산물 축제를 즐긴 뒤 행사장 건너편으로 눈길을 돌리면 구룡포 근대문화역사의 거리를 만난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했던 일본주택거리이다. 일본식 건축물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마치 일본의 한 어촌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색다른 체험이다.

구룡포수협의 수산물위판장에서 대게를 비롯한 각종 수산물의 위판장면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안가 펜션이나 민박집에서 숙박을 한 뒤 다음날 새벽 동해안 해맞이를 하거나 구룡포 방파제와 인근 갯바위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멋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없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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