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 이은 젊은 농군 `경산대추 전도사` 되다

▲ 바람햇살농장의 농장주이며 법인대표인 박도한씨가 농장에서 수확한 대추를 자랑스럽게 들어 보이고 있다.

경산지역은 귀농과 귀촌이 어려운 지역으로 손꼽힌다. 도시기능이 강해 귀농과 귀촌에 필요한 농지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 정착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건에도 귀농에 성공하고 선진농민으로 자리 잡은 영농법인 바람햇살농장의 박도한(45·압량면 강서리) 대표는 귀농의 모범적인 사례로 지역에서 거론된다.

대학을 졸업할 당시 사과를 재배하던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짓고 싶었으나 흙을 만지기보다는 넥타이를 맨 자식의 모습을 더 바랐던 아버지의 뜻을 따라 자영업을 시작했던 박 대표는 그러나 2002년 귀농한다. 농사일을 반대하던 아버지가 병을 얻으며 과수원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했고 자연스럽게 소원이었던 농부의 길을 돌아왔다. 그동안 사과 과원은 대추농장으로 변해 있었다. 박 대표는 젊은 혈기와 노력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대추에 대한 지식을 쌓아 부농의 꿈에 다가간다. 생산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높이는 가공과 유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박 대표는 전문지식을 갖춘 리더가 있으면 농업노동력의 노령화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경북농민사관학교 지도자과정을 거쳤다. 젊은 농군답게 홍보와 판매를 인터넷 홈페이지(바람햇살농장)와 블로그, 트위터 등을 적극 활용하고 단순한 자연주의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농촌이 더욱 잘 살 수 있는 길은 없는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했다.

연간 26t 대추 생산… 건대추·진액 가공 직거래로 수억대 소득 올려
전통가옥 민박으로 고쳐 가족단위 체험객 유치, 농촌관광 활성화 기여
“성공 농민을 멘토 삼아, 가족과 함께, 3년이상 인내해야” 3대원칙 조언

□생산에서 유통까지

박 대표는 현재 2만7천225㎡(9천 평)의 대추농장에서 `복조`를 주 품종으로 연간 26t의 대추를 생산해 시기성과 상품성이 높은 생대추로 7t을 출하하고 남은 대추는 건대추와 진액(즙)으로 가공해 직접 유통하고 있다.

농장 내에 거품 세척과 선별, 건조를 해결하는 1차 가공시설과 물품 배송실, 진액을 생산하는 2차 가공실을 갖추고 있다.

대추씨까지 포함한 통 대추를 가공한 진액은 한번 맛본 소비자의 주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연간 수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소비자를 위해 소포장 용기를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던 박도환 대표는 “농민을 대표해야 할 농협의 대추 구매단가가 상인과 차이가 없는 것은 생산자(농민)의 처지에서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농협은 소포장 판매보다는 대용량 판매처를 확보해 농민이 부가가치가 높은 소포장 판매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유통에 대한 나름 대안을 제시했다.

목초액을 이용한 액비사용으로 재배한 친환경 대추는 명절과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박 대표의 바람햇살농장 제품은 1kg(건대추)에 1만7천원과 2만2천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자신 있게 추천하는 선물세트는 3만8천원과 5만원이다.

선물세트에는 건대추 1kg과 진액 10봉이 들어 있다.

□가족이 즐기는 체험 공간

박도환 대표는 남보다 한발 빠른 사업 시작으로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도시 사람이 농촌을 찾아 흙을 밟으며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을 미리 예측, 어른들이 생활하던 전통가옥을 민박으로 고쳐 가족단위 체험객을 유치하고 학교와 단체의 교육생에게 선진농가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지난해 900여 명의 체험객을 유치했던 박 대표는 계절에 따른 대추 따기와 대추가공(즙) 체험프로그램과 민박 마당을 이용한 농악공연으로 농장을 찾는 방문객에게 잊지못할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관광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숙박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게 박 대표의 지론이다.

농장 민박 수용 인원은 20명으로 제한돼 있는 반면 단체와 학교의 1박2일 코스는 대부분 40명이 넘어 인근 숙박업소에서 숙박을 해결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실정이다. 농가보다는 숙박업소의 이익이 높아지는 비효율성이 농촌 관광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 생산에서 가공, 유통에 체험거리를 더해 부농의 꿈을 이룬 바람햇살농장을 체험객들이 찾았다.

□최소한 3년은 버터야

자치단체들의 귀농과 귀촌에 대한 대책 마련은 반갑지만 단시간에 성공을 거두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소한 3년은 버틸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사업비를 신청해 농지를 구입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귀농과 귀촌은 엄연히 다른 개념으로 귀농과 귀촌을 생각하는 지역에 조언자나 땅이 없다면 포기해야 한다며 귀농·귀촌의 3대 원칙을 이야기했다.

첫째 멘토를 잘 만날 것. 주변에 성공한 농민이 있어 조언을 구할 수 있는지를 잘 살피고 특히 현장보다는 이론을 중시하는 교수를 멘토로 삼지 말 것을 강조했다.

둘째 가족의 합의로 귀농과 귀촌을 결정하고 귀농과 귀촌의 여건이 조성되었다면 가족이 헤어지기보다는 함께 움직여 힘을 모아야 한다.

셋째 최소한 3년은 버텨야 한다. 농지를 융자금으로 사들이기 전에 1~2년 체험하고 결정해야 후회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으며 다른 결정도 내릴 수 있다는 견해다.

“보조사업은 움직이고 있을 때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제자리에 서 있을 때 보조사업비는 어깨에 큰 짐으로 작용한다”며 “보조사업비도 엄연한 빚이라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되고 부농의 꿈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자신의 농장에 조성한 건조시설과 가공시설을 주변 농가에도 제공해 함께 잘사는 농촌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대부분 농촌이 고령화로 1차 생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수익이 한정돼 있었지만, 가공시설을 이용하면 장기 유통도 가능해져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부인, 직원 2명과 자동화 기기로 바람햇살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 대표의 꿈은 대추를 이용한 요리를 정착시키고 알이 굵고 무기질이 풍부해 해장·해독 효과가 좋은 경산대추를 전국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경산은 사토질 토양에 일조량이 풍부해 천혜의 대추산지인 만큼 충북 음성대추에 밀릴 이유가 없습니다”

경산/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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