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하철 한인 사망사고 “열차 오기까지 22초… 구할 수 있었다”
뉴욕 지하철 한인 사망사고 “열차 오기까지 22초…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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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2.12.06 21:18
  • 게재일 201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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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진기자 “아무도 돕지 않아 충격”
美 사회 `자성론` 술렁… 범인은 마약판매 노숙자

▲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전철역에서 50대 한인 남성이 다른 사람에 떼밀려 열차에 치여 숨진 사건이 알려지자 미국 사회에서 자성론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지하철 사망사건 그 후: 그 자리에 영웅은 없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기석(58) 씨 사망 사건을 전날에 이어 크게 다뤘다.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전철역에서 50대 한인 남성이 다른 사람에 떼밀려 열차에 치여 숨진 사건이 알려지자 미국 사회에서 자성론이 일고 있다.

다른 사람을 도우려고 나선 나이 든 사람이 덩치가 큰 젊은이에게 떼밀려 선로에 떨어졌는데도 주변의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은 것은 사회 윤리상 큰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숨진 한기석(58)씨의 열차에 치이기 직전 모습을 촬영한 프리랜서 사진기자 우마르 압바시는 5일(현지시간) NBC TV와 인터뷰에서 한씨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구하려 하지 않아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압바시는 한씨가 떨어지고 열차가 오기까지 약 22초의 시간이 있었으나 “그와 가까이 서 있던 사람들이 그를 잡아서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누구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압바시는 또 열차에 치인 한씨의 몸이 승강장으로 끌어 올려지자 주변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한씨의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하철 사망사건 그 후: 그 자리에 영웅은 없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망 사건을 전날에 이어 크게 다뤘다.

NYT는 이번 비참한 사건 이후 분노의 목소리가 각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게 한다고 지적했다.

전철이 다가오는 위험한 선로에 누군가 나를 밀쳐버렸다면, 혹은 그렇게 떨어진 사람 옆에 내가 있었다면 용감하게 구조할 수 있었겠느냐는 자문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압바시가 찍은 사진에 보면 승강장의 열차가 들어오는 쪽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속도를 줄이라며 손짓을 하는 모습들이 담겨 있다.

사건 현장에 있던 에드밀슨 재비어(49)씨는 “그 사람들 중에 한씨를 끌어올릴 만큼 건장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나”라고 반문했다.

이 신문은 사건이 있었던 지하철 역에서 한 남성과 만나`만일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물었다.

이 남성은 “부당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일에 대해 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만 답했다.

한씨는 지하철 역에서 불량스러운 행동을 하는 덩치 큰 흑인을 제지하러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재비어씨는 NYT와 인터뷰에서 “한 씨가 흑인에게 `이봐 젊은이, 자네가 여기 사람들을 무섭게 만들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며 그가 옳은 일을 하려고 나섰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또 뉴욕의 한 신문이 한씨의 사망 직전 장면을 신문에 크게 실으면서 더욱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선정적인 사건 사고를 주로 다루는 일간 뉴욕포스트는 전날 4일자 신문 1면 전면에 압바시가 촬영한 한 씨의 사진을 `(죽을) 운명: 이 사람이 곧 죽는다`라는 제목과 함께 실었다. 사진이 게재되자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사진만 찍었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압바시는 당시 자신은 한씨로부터 수백 피트(1피트=30.48cm) 가량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나로서는 그를 구할 길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22초는 긴 시간이지만 내가 (한씨를 향해) 달려가던 과정에서 한씨를 밀친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며 “나도 승강장으로 밀쳐지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벽에 등을 기대고 대비를 하느라고 시간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에 대해 “그들은 현장에 없었다. 그 일이 얼마나 순식간에 일어났는지 그들은 모른다”며 “`탁상공론만 하는 비평가(armchair critic)`들에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항변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망한 한씨는 지난 1975년 미국 아칸소 대학으로 유학을 온 뒤 맨해튼에서 세탁업을 해왔다. 하지만 수년 전 일을 그만두었으며 아내마저 5년째 척수염을 앓아 생활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뉴욕 경찰은 한씨를 선로로 밀쳐낸 혐의로 체포된 나임 데이비스(30)를 2급 살인 혐의로 이날 기소했다.

수사 관련 여러 소식통들에 따르면 데이비스는 경찰 신문에서 한씨가 자신을 괴롭히고 가만히 놔두지 않아 밀쳤다며 범행을 인정했다고 ABC TV가 보도했다.

데이비스는 정신병 치료를 받은 적은 없으며 마약 판매 등의 경범죄로 체포된 전력이 있다고 경찰 소식통들은 전했다.

경찰은 데이비스가 한씨를 죽일 의도가 있었는지 또는 말다툼 끝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한씨가 변을 당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또 한씨가 지하철역 회전문에 뛰어들어오면서 데이비스와 부딪혀 다툼이 시작됐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데이비스는 일정한 주거가 없는 노숙자로 사고 현장 인근 록펠러 센터 주변에서 가판 상인들의 심부름 등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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