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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물 멀쩡한데 불산 왜 누출됐나?”

남 보수기자
등록일 2012-10-08 21:32 게재일 2012-10-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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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구미 불산사고 현장
▲ 위험한 화학물질 원료탱크를 설치해 놓고도 담장이나 휀스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 구미/남보수기자

지난 9월27일 발생한 구미 4공단 휴브글로벌 불산가스 누출사고 당시 현장에는 사망한 휴브글로벌 직원 외에도 너댓명이 작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취재결과 사고로 이 회사 직원 4명과 펌프수리공 등 5명이 숨지고 이 회사 공장장과 윤모 대리 등 3명이 생존했다. 또 탱크로리 기사와 제품 운송업자 등이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5일 사고현장에서 회사대표 등과 만나 사고 경위에 대해 물었지만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사고 현장에 있었던 윤 대리는 “모든 것은 경찰서에서 모두 진술했다”며 대답을 피했다.

사고 9일째인 5일 오후 4시 휴브글로벌 공장 앞에서 만난 A씨는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왜 이런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는지 납득 할 수없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했다.

A씨는 지난 2008년 이 회사 창립 때부터 불산 가공품을 삼성, LG 등에 납품 운송 하는 8t 트럭 운전 기사로 몇 명 안되는 이 회사 직원들과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고 했다. A씨는 이날 수거한 불산가공품 빈 통을 반납하려고 휴브글로벌 회사앞에서 관계자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A씨에 따르면 사고 발생 당시 최희동(30) 반장과 이기동(26) 박영훈(24) 씨는 탱크로리에 있는 불산을 원료저장 탱크에 넣기 위한 작업 중이었다며 숨진 최 반장과 직원 2명은 탱크로리에서 불산 넣는 작업만 100회 이상 한 베테랑으로 초보작업자가 아니라고 했다.

A씨는 “그날 작업 중 펑, 펑하는 소리가 2~3번 울리자 공장 안에 있던 윤 대리가 황급히 뛰처나와 `얘들아, 빨리 피해라, 위험하다`고 소리치자 작업 중인 3명이 모두 화장실, 사무실 등으로 피신했지만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들 중 탱크로리기사는 공장 밖으로 뛰쳐나가 화를 면했으나 연료탱크를 수리하러 온 도유ENG 직원 이상희(40) 씨는 작업 중 미처 피하지 못해 변을 당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A씨는 “이날 사망자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이상운(49) 씨는 불산 취급 전문가가 아닌 주변청소 등을 하는 작업자로 탱크 아래서 보조를 하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내가 봐도 쿵쿵 소리는 몇 번 났지만 탱크나 저장탱크 밸브, 건물 등 주위시설물이 전혀 파손된 게 없는데 왜 가스가 누출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한 사고 원인을 밝혀줄 CCTV가 공장 안에 설치돼 있지만, 가스가 새 나와 감시카메라 렌즈에 달라 붙으면 카메라가 파손되지 않았어도 사고 여부를 가려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위험물질 불산은 전량 중국에서 수입해 들어온다며 이 회사 가공품인 불화산 55%가 들어간 이 제품 운송시도 위험물 취급허가를 받은 뒤 운송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사고 공장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일 하던 장모(56)씨는 “오후 3시께 바로 앞 공장서 쿵~쿵~하는 둔탁한 음이 2~3번 울린 뒤 하늘 색깔과 비슷한 희뿌연 연기가 모락모락 새 나왔다”며 “처음에는 연기가 천천히 바닥으로 가라앉아 무릎 정도 높이에서 떠다녔다”며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장씨는 이어 “그 후 30분 정도 지나 소방차가 와서 물을 뿌린 후 가스가 갑자기 공중으로 치솟아 바람과 함께 현재 피해를 당한 지역 쪽으로 날아가 많은 피해를 보게 됐다”며 “소방서가 (산소보다 가벼운) 불산인 줄 알았다면 소석회만 많이 뿌렸어도 이렇게 큰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소방 당국의 허술한 초동대응을 나무랐다.

구미/남 보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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