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 저동항 25일 첫 위판… 오랜만에 활기

경북 동해안 어민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던 오징어가 돌아왔다. 지난 21일 울진 정치망 어장에 찾아들어 스스로 회유 조짐을 보여줬던 오징어는 이후 숫자가 많아지면서 채낚기어선들에도 잡히기 시작했다. 덕분에 어항들이 갑자기 떠들썩해지고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울릉 경우 25일 처음으로 채낚기어선에 실려 오징어들이 반입됐다. 수협위판장에서는 오랫동안 듣지 못하던 경매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달 들어 처음이다. 그래서 마치 오징어가 돌아왔습네… 하고 만방에 고하는 고신례를 연상케 한다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어민들에 따르면 그 동안 오징어잡이를 못 나가던 울릉 배들은 23일부터 움직이기 시작, 23일 30척, 24일 50척이 저동항을 출발했다. 그 중 23일 나간 배들은 며칠간 계속 작업하느라 아직 바다에 머물고 있고, 24일 출어했던 부성호(9.77t, 선장 겸 선주 문대규)가 25일 오전 9시50분쯤 처음으로 저동항에 입항했다.

바다 사정을 궁금해 하던 어민 수십명이 일시에 몰려들었다. 부성호가 잡아온 오징어는 큰 것 154축, 중 오징어 1축이었다. 큰 오징어는 축당 4만3천111원, 중 오징어는 2만3천 원에 낙찰됐다. 역대 물오징어 위판 최고가였다. 1축은 20마리다.

10분쯤 후인 오전 10시에는 흥진호(9.77t. 선장 겸 선주 진강은)가 큰 오징어 160축, 중 오징어 6축을 경매에 내놨다. 큰 물오징어 값은 축당 4만4천900원으로 더 높아졌다. 또 한번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10시30분 쯤에는 세번째 배 이례호(9.77t, 선장 겸 선주 이주혁)가 큰 오징어 143축, 중 오징어 34축을 잡아 입항했다. 이 값은 4만8천111원이었다. 또 한번 최고가 신기록이 수립됐다. 그만큼 오징어가 귀하다는 뜻이다.

25일 위판한 배 3척 중 조업성과가 가장 좋았던 이례호는 큰 오징어에서 687만9천873원, 중 오징어에서 88만4천 원 등 도합 776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다른 배들도 66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얻었다. 이틀 일하고 이만한 성과를 거뒀으니 놀랄만한 것이기도 하다.

오징어가 나기 시작하면서 오징어 운반, 할복, 건조 근로자들도 함께 바빠져 항구에 오랜만에 생기가 넘쳐났다. 울릉수협 김성호 조합장은 “동해안 오징어 성어기가 시작되는 것같다”며 “기상이 나빠지지 않으면 오징어 조업은 더 활기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흥진호 진강은 선장은 “울릉도에서 북으로 6시간 올라가 묵호 앞바다에서 작업했다”며 “기름값이 만만찮고 경비가 많이 들지만, 물오징어 가격이 좋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9월 첫 경매를 맡은 서병열 경매사는 “물오징어 가격이 사상 최고를 갱신하면서 어려운 어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 계속 경매 종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울릉/김두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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