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결승서 총성 울리기전 출발

자메이카 블레이크 9초92로 우승

아, 아, 저를 어쩌나… 세계 기록 경신 순간을 함께 하려던 대구스타디움의 4만 관중이 일시에 탄식을 터뜨렸다. 역시 승부는 끝나봐야 아는 것인가. 세계 기록과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의 질주에 대한 언론의 기대가 너무 무거웠던가.

<관련기사 3·4·11·12·13·14면>

28일 오후 8시45분 대구스타디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남자 8명이 100m결승을 앞두고 스타팅블록에 들어섰다. 웅성거리던 대구스타디움이 순간적으로 정적에 휩싸이며 극도의 긴장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탕하는 스타트음과 동시에 건각들이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하지만 스타트음에 앞서 5번 레인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즉각 부정출발을 알리는 두 번의 총성이 울렸다.

5번 레인 주인공은 다름아닌 세계기록 보유자이며 이번 대회 히어로인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25)였다. 순간 스타디움은 탄식의 도가니로 변하고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아, 아, 저를 어쩌나…

자신의 부정 출발을 알아 챈 볼트는 유니폼 윗통을 벗어던지고 두 팔을 번쩍 쳐들며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분노에 찬 햄릿이 절망에 찬 목소리로 `To be or not to be`를 외치듯 했다. 끝났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은 이렇게 1차로 막을 내렸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자제 못한 볼트는 라커룸에 들어가기에 앞서 통로에서 벽과 하늘을 향해 다시 한번 포효하며 스스로를 원망했다.

포웰과 게이에 이어 볼트마저 빠진 결승전에서 자메이카의 `떠오르는 별` 요한 블레이크(23)가 자신의 최고 기록에도 못미치는 9초92로 결승선을 통과, 우승의 영예를 차지했다.

미국의 월터 딕스(10초08)와 2003년 파리 세계대회 우승자인 킴 콜린스(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 10초09)가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백인으로는 31년 만에 메이저대회 100m 결승에 오른 크리스토프 르매트르(프랑스)는 10초19의 기록으로 4위를 차지하는 것에 만족했다. 그에 앞서 결승에 올랐던 백인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영국의 앨런 웰스였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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