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포스코의 기술 개발 전략은 후발주자로서 선진 철강사들을 따라 잡는 'Catch-up' 전략으로 이미 상용화된 기술을 받아들여 단기간내에 조업을 안정시키고 생산성을 높여 왔다. 따라서 생산성이나 원가측면에서는 자타가 세계 최고로 인정해 왔지만 고유 기술 측면에서 세계 철강업계의 리더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포스코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90년대 초반부터 자체 고유 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고, 10여년후에 드디어 100년 용광로 역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혁신 제철기술인 파이넥스공법의 기술개발에 성공, 상용화를 목전에 두게 됨에 따라 1호기 설비 착공에 나서게 된 것이다.
■세계 최초 고유 제선기술 개발 성공으로 '성장과 혁신' 비전 가시화
파이넥스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포스코는 기술 도입 기업에서 일약 기술 선도기업으로 부상할 뿐 아니라, 파이넥스 기술은 포스코 가 향후 세계 최고 경쟁력을 지속 유지 확보할 수 있게 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 150만t 규모의 1기 설비에 이어 2010년경 포항제철소 노후 고로들을 차례로 파이넥스 설비로 교체하게 되면 지구상에서 가장 환경친화적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철강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해외에서도 중소규모 노후 용광로를 교체할 때나 새로운 철강산업 투자시 환경 친화적이고 경제적인 파이넥스 설비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외로의 성장에도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내 조강생산 3천200만t 체제 본격 진입
포스코는 이번 파이넥스 1호기 투자를 시작으로 2008년까지 총 4조4천억원을 투자해 조강생산 능력을 3천20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2008년까지 계획된 총 투자비 13조5천억원의 30% 이상을 조강생산 확충을 위해 투자한다.
지난해 60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공장의 준공으로 올해부터 2천900만t의 조강을 생산하게 된 포스코는 2006년말 연산 150만t 규모의 파이넥스 1호기 준공과 더불어, 현재 파이넥스 데모플랜트의 생산량을 20만t 더 늘리고, 2007년까지 있게 될 고로 개수(改修)시 130만t의 생산능력을 확충해 총 300만t 규모의 조강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향후 10년내에 중국, 인도, 동남아 지역 등지에서 가장 유망한 해외지역을 대상으로 파이넥스공법을 적용한 1천만t 규모의 생산기지를 확대하게 되면 조강생산 4천200만t으로 성장하게 돼 생산 규모면에서도 세계 수위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인 혁신 제철기술인 파이넥스
용광로공법은 14세기 개발돼 상업화된 후 100여년 동안이나 생산성과 에너지 최적화 등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제철공법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결정적으로 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전 가공해 원료로 사용해야 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용광로공법에서는 철광석과 유연탄을 용광로에 넣어 환원작용과 용융작용이 한꺼번에 일어나는데, 환원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용광로내에 공기 유통이 잘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원료들을 덩어리 형태로 사전 가공해야 한다.
따라서 철광석을 덩어리 형태로 가공하는 소결공장이나 유연탄을 코크스로 만드는 화성공장의 건설과 조업에 따른 투자비 부담이 높을 뿐 아니라, 이 공정에서 황산화물(SOx)이나 질소산화물(NOx), 분진 등 오염물질 발생량이 많아 오염방지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도 불가피 하다. 더구나 덩어리 형태로 잘 뭉쳐지는 고점결성 유연탄은 세계 석탄 매장량의 약 15%에 불과해 원료 고갈 위협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파이넥스공법은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을 사전에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료의 사전 가공에 필요한 설비 투자비가 불필요해 동일규모의 용광로에 대비해 설비투 자비가 92% 수준이다.
또한 오염물질 발생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대표적인 환경 오염물질인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이 각각 용광로공법의 각각 8% 와 4%수준에 불과하다.
■파이넥스공법, 글로벌 포스코의 '전략적 핵심기술'로 활용
파이넥스 기술은 포스코가 14년간 투자해 장기적으로 고로 방식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해온 친환경, 경제적 첨단 제선기술로서, 향후 포스코는 세계 선진철강업계에서 차별적 경쟁우위를 결정짓는 전략적 핵심기술로 활용해 나갈 방침이다.
포스코는 기술유출에 대한 보안을 강화해 나가면서, 우선 2005년말로 예정된 파이넥스 상용화 기술개발 완료에 주력하고, 2006년 말 파이넥스 1호기 가동을 시작으로 2010년경 포항제철소 1, 2고로와 주물선 고로가 노후화되면 파이넥스 설비로 대체해 조업 기술을 더욱 확고히 다질 계획이다. 나아가 중국, 인도 등 해외 철강시장 수요 성장지역 진출시에도 기술이전이 아닌 포스코 자체 책임으로 직접투자해 글로벌 경쟁하에서 포스코의 세계적인 기술 리더십을 확고히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과감한 대규모투자로 국내 경기 활성화 및 고용창출
이번 파이넥스 1호기 투자는 올해 착공된 국내 투자 프로젝트중 최대 규모로, 국내 경기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추진되는 대형 투자사업으로서 최근 침체된 국내 경기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2006년까지 1조3천억원에 달하는 파이넥스 1호기 건설 외에 2007년 준공을 목표로 코크스공장, 전기강판공장 증설계획을 확정하는 등 2008년까지 총 투자비 13조5천억원의 80%인 10조7천억원을 국내에 단계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총 10조7천억원의 국내 투자는 철강산업에서 2만여명, 철강외 산업에서 간접적으로 5만여명 등 연인원 7만여명의 고용유발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
사진:고로와 파이넥스의 비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