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모순을 넘어 세상을 향해 쏘다

영화계에서는 논쟁이 생기면 흥행에 성공한다는 오래된 속설이 있다. 그래서 일부러 논쟁을 만들어 내려 하는 제작들이 있는가 하면, 영화의 본질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델마와 루이스`처럼 예기치 않게 논쟁에 불을 붙이게 된 영화도 있다. 이 논쟁의 아이러니는 그것이 바로 `델마와 루이스`가 비판적으로 조명한 성차별주의적 관점에서 촉발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이 로드무비 영화는, 논쟁과 별개로, 그 자체로서 비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겉으로 보기에도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지나 데이비스와 수잔 서랜든은 동시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 외에도 `델마와 루이스`는 감독상·편집상·촬영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시나리오작가인 칼리 쿠링에게는 각본상을 안겨주었다.

이 영화를 길과 여행의 속도감으로 볼 때, 남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여성의 현실을 중심으로 나타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비극의 화근은 여행 가방 속의 권총 한 자루, 그리고 델마와 루이스의 자존심이었다. 이는 여성은 결코 나약한 존재가 아니며 더 이상 남성에게 굴복하지도 않는다는 의미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오만과 편견에 가득한, 소위 이 사회의 `강자` 들을 향하여 델마와 루이스 두 여주인공을 등장시킴으로써 사회적으로 희생당하고 있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도피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되고, 마침내 두 여성은 해방감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의 본성을 되찾게 된다. 여성으로서 자신들이 받았던 사회에서의 억압과 남성들의 차별·구조적인 모순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었고, 단지 비극적인 순간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을 찾고 기쁨에 넘친다. 이것이 바로 `아이러니` 이다. 그들은 경찰에 쫓기면서 자신들을 가두고 있던 사회의 벽을 뛰어넘는다. 그리고는 마침내 새롭게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그들은 말한다, `모든 것이 달라져 보인다.` 고, `새롭게 눈을 뜬 것 같다.` 고. 그들은 여성으로서의 자신,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되찾은 것이다. 그녀들을 죽음의 벼랑에 몰아넣은 것은 다름 아닌 남성이었다. 학대하는 남편, 성폭행을 일삼는 술집 남자, 돈을 훔쳐 달아난 사기꾼 등등의 남성들로 인해 두 여성의 삶은 급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실은 본질적으로 `남성들이 지배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그 결과는 비극적이다. 아주 비극적인 영화의 결말은, 그러나 오히려 희망을 말하고 있다.

아름다운 두 여성의 죽음이 결코 어리석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델마와 루이스가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희생된 가엾은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사건의 중심에서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리들리 스콧 감독 특유의 영상미도 뛰어나지만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와 스릴도 넘치고 남성과 여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며, 인간의 자유와 자아발견, 그리고 내적 성장에 관한 심리분석 드라마로서도 나무랄 데가 없는 걸작으로서, 대부분의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라스트의 감동, 수려한 영상, 적재적소에 삽입된 음악까지 완벽히 갖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