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출간 ‘조지훈 전집 기반 <br/>기존 한자표기를 한글로 바꾸고<br/>생전 남긴 ‘나의 시의 편력’ 수록
“꽃이 지기로소니/바람을 탓하랴//주렴 밖에 성긴 별이/하나둘 스러지고//귀촉도 울음 뒤에/머언 산이 다가서다” - 조지훈 시 ‘낙화’ 부분
‘지조와 멋의 시인’ 조지훈(1920∼1968)이 남긴 모든 시 작품들을 망라한 전집이 29년 만에 다시 출간됐다.
조지훈은 ‘승무’, ‘낙화’, ‘고풍의상’, ‘바위송’ 등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과 서정을 담은 여러 시를 발표했다. 박목월·박두진과 함께 시집 ‘청록집’을 발표해 ‘청록파’로 불리기도 했다.
출판사 나남이 펴낸 ‘조지훈 시전집’은 1996년 출간된 ‘조지훈 시 전집’의 30주년, 2000년 제정된 지훈상 25주년을 앞두고 조지훈 시를 온전히 한자리에 모은 신간이다. 시집은 1996년의 ‘조지훈 전집’을 기반으로 조지훈의 모든 시 작품들만을 새롭게 한 권에 엮은 전집이다.
이번 전집은 시집과 발표지 원본, 시인이 남긴 육필원고를 검토해 시의 정본을 만들고, 기존의 한자 표기도 한글로 바꿨다. 지훈상 운영위원장이자 박목월, 윤동주, 이육사 시인의 시집을 엮었던 이남호 고려대 교수의 책임 편집 하에 오늘날의 어법을 존중하면서도 조지훈만의 시적 언어를 보존하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조지훈이 생전에 시에 대한 자신의 이론과 감상을 담은 글인 시론 ‘나의 시의 편력’과 새로이 만든 시 연보 등도 수록했다.
한편 조지훈 시인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아버지다.
경북 영양 출신인 조지훈(1920 ~1968)은 한국 현대시의 주류를 완성함으로써 20세기 전반기와 후반기의 한국 문학사에 연속성을 부여해 준 큰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박두진, 박목월 시인과의 3인합동 시집 ‘청록집’을 포함해 총 5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시론집 ‘시의 원리’, 수필집 ‘지조론’ 등을 펴냈다. 그가 남긴 시집들은 모두 민족어의 보석으로 평가되며, 전통적인 운율과 선의 미학을 현대적인 방법으로 결합한 것이 조지훈 시의 특색이다. 현대의 선비였던 조지훈은 진리와 허위, 정의와 불의를 준엄하게 판별하고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엄격하게 구별했다. 특히 1960년에는 잡지 ‘새벽’에 ‘지조론’이라는 논설을 발표해 당시 정권을 준엄하게 꾸짖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지훈 시인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수를 바탕으로 우리 민족의 전통과 자연에 대한 서정을 그려냈다. 또한 혼란의 시대에는 첨예한 언어로 현실을 직시하며 역사 속 상실과 고뇌를 생생히 기록했다. 본명은 조동탁(趙東卓)이며 1920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났다. 1939년과 1940년에 ‘문장’지의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혜화전문학교(현 동국대학교)를 졸업한 후, 월정사 불교강원 강사를 지냈으며 조선어학회 ‘조선말 큰 사전’ 편찬 위원으로도 일했다. 1948년부터 고려대 문과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종군 문인으로서 6·25 전쟁을 겪었다. 이후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국학 연구의 기틀을 마련하고 ‘한용운 전집’ 간행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다양한 저술 및 편찬 활동을 펼쳤다.
조지훈 시인은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로 평가받으며, 그의 시와 수필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