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 특별재생사업 일환으로 건립<br/>3월 중 개관 앞두고 임시개관해 운영<br/>따뜻고 세련된 실내 분위기 기대 이상<br/>이용객도 많아 빈자리 구하기 쉽지 않아
봄날 같던 겨울이 입춘을 만나더니 외려 기온이 뚝 떨어진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입춘 추위에 김칫독 깨진다’ 등의 속담이 옛 어른들의 경험치에서 얻어진 것처럼 올해 입춘은 유난히 더 추운 듯하다. 입춘이 지나고 겨우내 내리지 않던 눈까지 내리는 날, 따끈한 커피 한잔 챙겨들고 포항시립 포은흥해도서관으로 향한다. 뚜껑이 있는 텀블러의 음료는 반입 가능하다.
설 명절에 내려온 아들이 연휴동안 공부할 곳을 찾아다니다 포은흥해도서관을 만난다. 연휴동안 도서관들이 모두 휴관일 때, 3월 중 개관을 앞둔 신축 도서관으로 임시개관 운영 중이었다. 지난 1월 22일 임시개관 이후 누구나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가능하다. 아직 정식 개관전인 도서관을 4층까지 둘러보는 동안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실내 분위기가 기대 이상으로 훌륭해 둘러보는 내내 입에서는 감탄사가 예고 없이 터진다. 이미 소문이 났는지 이용객이 많다. 넓은 도서관임에도 빈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지열발전소 건립과정에서 발생한 ‘촉발지진’의 발원지는 흥해읍이었다. 그만큼 지진 피해가 컸던 흥해 지역을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하고 피해지역 재건을 위한 ‘흥해 특별 재생사업’이 추진되었다. 그 일환으로 마산사거리에 위치한 지진 당시 전파된 대성아파트 부지에 복합 문화공간인 포은흥해도서관과 나란히 재난트라우마센터 및 북구보건소를 통합 건립한다. 흥해읍 마산사거리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흥해 특별 재생 사업으로 추진된 또 하나의 흥해복합커뮤니티센터는 흥해소방서(119안전센터) 맞은편에 있다. 수영, 탁구, 요가, 배드민턴, 헬스 등 잘 갖춰진 실내 체육시설은 저렴한 강습료로 시설 이용이 부담스럽지 않다. 수영을 마치고 나오던 주민이 “일일 3000원으로 우현동까지 가지 않고 수영을 즐길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한다. 65세 이상은 월 1만5000원으로 수영을 즐길 수 있어 “우리 동네에 실내수영장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거들던 어르신의 발걸음이 활기 차 보인다.
그러나 흥해전통시장 식당가 상인은 이런 신축건물들이 사뭇 못마땅하다. 이미 2007년에 개관한 흥해종합복지문화센터 만으로도 지역민의 문화 활동에 부족함이 없는데다 커뮤니티센터 부지 거주민과 지역에서 나름 큰 주거단지였던 대성아파트 거주민들이, 기대했던 주상복합아파트가 아닌 공공시설이 들어서며 많은 이들이 흥해읍을 떠나 타동(他洞)으로 이사를 갔다. 지역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읍민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조금은 불편해진 시선으로 포은흥해도서관을 다시 찬찬히 둘러본다. 비치된 책장들이 아직은 많이 비어있지만 읽을 책은 충분하다. 음악자료실에는 추억 속 명곡을 LP판으로도 즐길 수 있다. 예쁜 의자들과 책상이 있는, 카페보다 더 아름답고 아늑하게 꾸며진 그 곳은 앙증맞은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층을 잇는 쉼터 공간에서 책 한 권으로 사색도 즐기며,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고군분투하는 청장년들이 빈틈없이 앉아 공부한다. 그러나 그 모습이 지역민의 눈에 곱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이용객이 타지 사람이 많아서 일까?
흥해읍 마산사거리에 훤칠하게 들어선 재난트라우마센터·북구보건소가 지진으로 힘들었던 지역민들의 트라우마 치료에 도움이 되고, 카페 같은 도서관은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힐링 공간이 되길 바라본다.
/박귀상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