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짧고 자극적 영상에 뜬눈 밤샘 ‘나도 숏폼 중독’?

단정민기자
등록일 2024-09-12 20:04 게재일 2024-09-13 4면
스크랩버튼
순간의 즐거움, 잃어가는 집중력<br/>시간 가는줄 모르고 약속 시간도 깜빡<br/>1인당 월평균 시청 시간 46시간 29분<br/>몇시간씩 시청하다 보면 집중력 감퇴<br/>10대 88%·20대 87%로 젊은층에 인기<br/>40·50대 60%대… 전 연령층으로 확산<br/>폰 사용시간 정해 숏폼 중독 예방해야

한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대학생 A씨(22)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오가며 숏폼을 시청한다. A씨는 “릴스를 보다 보니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았다. 계속 손이 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돼서 약속시간을 깜빡한 적도 있다. 집중력을 빼앗긴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회사원 B(58)씨는 숏폼을 보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경험이 있다. B씨는 “퇴근 후 잠들기 전 잠깐 본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켰는데, 보다 보니 짧고 재밌는 영상들이 계속 이어져 끊기가 힘들었다. 정신 차려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고 전했다.

숏폼이란,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는 짧은 영상 콘텐츠로,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에서 15초에서 최대 10분 이내로 제작된 영상을 말한다. 일반적인 영상과 달리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의 이목을 끌어야 해 자극적인 내용이 담긴 경우가 많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 1인당 숏폼 콘텐츠의 월평균 시청 시간은 1인당 46시간 29분으로, OTT 플랫폼의 월평균 사용 시간인 9시간 14분보다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8월 기준 틱톡과 넷플릭스를 비교해 보면, 틱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663만 명, 넷플릭스는 1207만 명이었지만, 전체 월간 사용 시간에서는 틱톡이 85억 분, 넷플릭스가 52억 분으로, 틱톡이 넷플릭스보다 33억 분이나 더 많은 시간을 기록했다.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에서도 틱톡은 21시간 25분으로 넷플릭스의 7시간 7분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나스미디어에 따르면, 국내 미디어 이용자의 76%가 숏폼 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는 10대가 88%, 20대가 87%, 30대가 78.5%, 40대가 62.5%, 50대가 64%로 집계됐다. 숏폼 콘텐츠는 특히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지만, 40대와 50대의 시청 비율도 60%를 넘기며 전 연령층으로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숏폼 중독이 음란물이나 마약보다 더 강력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숏폼 중독은 사고 능력을 저하시키고, 문해력 저하, 우울증, 불안, ADHD 등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숏폼 콘텐츠를 시청할 때 뇌는 자극을 받아 도파민을 분비하는데, 이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자극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이는 결국 중독으로 이어져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워싱턴대 데이비드 레비 교수는 숏폼 콘텐츠가 ‘팝콘 브레인’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팝콘 브레인은 팝콘이 전자레인지에 들어가 ‘타닥’하고 튀는 것처럼 뇌가 충동적이고 강력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이러한 콘텐츠가 수동적인 집중력을 초래해 뇌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성만 한동대학교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쇼츠, 릴스 등 숏폼에 자주 노출 되면 더 크고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짧은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시청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지며, 10분짜리 영상이 길게 느껴지게 된다. 또한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숏폼 시청 시간이 늘어나게 되며, 어려서부터 숏폼 시청 시간이 많을 경우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과잉행동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숏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미디어 금식과정이 필요하다. 가족들과 함께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시간을 정해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