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개방 앞두고 유가·환율 안정세 전환 전쟁 기간에도 대구경북 수출 증가…걸프권 수출은 급감 철강·기계·자동차부품 수혜 전망, 단계별 대응 필요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와 환율, 물류비 급등에 시달렸던 대구경북 수출기업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전쟁 기간에도 지역 전체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중동 수출은 큰 타격을 입었던 만큼,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계기로 4분기부터 중동 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는 15일 발표한 긴급 리포트에서 미·이란 종전 합의가 지역 무역업계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실제 효과는 금융시장 안정, 원가 하락, 수출 회복 순으로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원자재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68.75달러까지 치솟았고 원·달러 환율도 1500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해상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쟁 전보다 두 배 이상 상승하며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을 압박했다.
그러나 종전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두바이유는 최근 배럴당 80달러대로 내려왔고 환율도 1510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물류비는 아직 고점권에 머물러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되면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 장기화에도 대구경북 수출은 의외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대구 수출은 3월 8억2000만 달러, 4월 9억2000만 달러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3%, 5.3% 증가했다. 경북 역시 3월 37억5000만 달러, 4월 36억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이는 지역 주력 수출품목인 이차전지 소재와 IT제품의 주요 시장이 미국·중국·베트남 등 중동 지역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동 수출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대구의 경우 UAE 수출이 68.7%, 이라크 수출이 43.3% 감소했고 경북 역시 이라크와 카타르를 중심으로 수출이 급감했다. 경북의 4월 대중동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4% 줄어든 1억3190만 달러에 그쳤다.
무역협회는 종전 효과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 역시 전체 수출 실적보다 중동권 수출 회복 여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품목별로는 철강·금속과 기계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걸프 국가들의 건설·플랜트 프로젝트 발주가 재개되면 관련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자동차부품과 섬유업종도 유가 하락에 따른 원재료 가격 안정과 물류비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차전지 소재와 IT제품은 전쟁 기간에도 호조를 이어온 만큼 물류 정상화에 따른 추가 경쟁력 확보가 기대된다.
무역협회는 종전 효과가 단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유가와 환율 안정이 이어지고, 중기적으로는 7~8월부터 원가 절감 효과가 기업 경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적으로는 중동 국가들의 발주 재개와 교역 정상화가 본격화되는 4분기부터 수출 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오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종전 합의는 국제유가와 물류비 안정 측면에서 지역 수출기업들에 긍정적인 신호”라며 “다만 중동 정세 특성상 변동성이 여전히 큰 만큼 합의 이행 과정과 유가·환율·물류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