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계좌로 착각하기 쉬운 단체통장 악용 사례 발생 전세사기·보이스피싱에 활용 가능성 높아 거액 송금 전 ‘(단체)’ 표시 반드시 확인해야
최근 전세사기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이번에는 계좌주 이름 자체를 악용한 이른바 ‘삼행시 단체통장’ 사기가 등장하면서 금융당국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전세 계약뿐 아니라 중고거래, 투자금 송금, 사업자 거래 등 고액 금융거래가 많은 일반 투자자들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계좌 이름이 ‘홍길동’인데 진짜 홍길동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부 사기범들은 개인 이름처럼 보이는 단체명을 만들어 금융회사에서 단체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홍은동에서 길을 넓히는 동민들의 모임’이라는 임의단체를 만든 뒤 단체명을 ‘홍길동’으로 정하는 식이다. 겉으로 보면 일반 개인 명의 계좌와 구분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런 계좌가 실제 사기에 활용됐다는 점이다.
실제 사례에서는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의 이름과 동일한 명칭의 임의단체를 만든 뒤 해당 단체 계좌로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을 입금받아 약 8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인들은 계약서상 임대인 이름과 계좌주명이 동일해 의심 없이 송금했다가 피해를 입었다.
△재테크의 기본은 수익률보다 자산 보호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를 투자 수익률 관리로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산을 불리는 것보다 먼저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전세보증금처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규모의 자금을 한 번에 송금할 때는 투자 실패보다 금융사기로 인한 손실 위험이 훨씬 클 수 있다.
실제로 연 10% 수익을 얻는 것보다 수억원의 보증금을 한 번에 잃지 않는 것이 재무적으로 훨씬 중요하다.
이번 사례는 금융상품이나 투자상품이 아닌 단순 송금 과정에서도 재산 손실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단체)’ 표시를 확인해야
금융감독원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권에 계좌주명 표기 방식을 개선하도록 지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임의단체 계좌의 경우 계좌주명 뒤에 ‘(단체)’라는 문구가 표시된다. 예를 들어 기존에 ‘홍길동’으로만 보이던 계좌가 앞으로는 ‘홍길동(단체)’로 나타나게 된다. 은행권은 6월부터 우선 적용하고,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중소금융권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전세보증금 송금 전 반드시 확인할 것
재테크 관점에서 이번 소비자경보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계좌주 이름만 보고 송금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전세보증금이나 투자금처럼 거액을 이체할 때는 계좌 명의와 계약 상대방의 신원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셋째, 계좌주명 옆에 ‘(단체)’ 표시가 있는지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넷째, 공인중개사나 대리인이 안내한 계좌라 하더라도 실제 소유자에게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금융사기도 재테크 리스크다
최근 재테크 환경은 금리·주가·부동산 가격뿐 아니라 각종 금융사기 위험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특히 전세보증금은 일반 가계의 최대 자산 중 하나다. 단 한 번의 부주의한 송금으로 수년간 모은 종잣돈을 잃을 수 있는 만큼 투자 전략 못지않게 금융거래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감독원은 “거래 상대방이 개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계좌명에 ‘(단체)’가 표시된다면 반드시 송금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