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전공생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연주해 보는 매력적인 형식이 있다. 바로 ‘변주곡’이다. 변주곡은 피아노 문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작곡 기법 가운데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형식이다.
바리에이션(Variation)은 말 그대로 ‘변주(變奏)’를 뜻한다. 라틴어 ‘바리아티오(Variatio)’에서 유래한 이 개념은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리듬, 화성, 음형, 조성, 분위기 등을 다채롭게 변화시키는 기법이다. 파헬벨의 ‘캐논’을 바탕으로 한 조지 윈스턴의 ‘캐논 변주곡’을 떠올리면 쉽다. 반복되는 저음 진행 위에 상성부가 계속 새로운 모습으로 변주되며 전개된다. 이처럼 중심 악상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형태를 다양하게 변형하고, 이를 질서 있게 배열한 악곡을 우리는 변주곡이라 부른다.
변주곡의 긴 역사 속에는 각 시대의 음악적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장 오래된 예로는 서양음악사에서 14세기 말 작자 미상의 ‘파리의 풍차’가 거론된다. 16세기 들어 변주곡은 하나의 일반적인 형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이는 건반음악의 발전과 맞물려 있었다. 초기에는 에스파냐와 영국의 류트음악과 건반음악 속에서 발견되었으나, 이후에는 독립된 악곡 혹은 악장의 형태로 발전하며 하나의 음악 형식으로 확립되었다.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 변주곡은 기법적으로 정점을 맞이했고, 바흐 만년의 작품인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고전주의 시대에 들어서며 변주곡은 구조적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핵심 형식으로 활용되었다. 특히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변주곡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작품에서는 각 변주마다 주제의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며, 기본 화성을 유지한 채 리듬이나 반주 형태에 변화를 주는 비교적 단순한 ‘음형 변주’가 주로 사용되었다.
베토벤에 이르러 변주곡은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베토벤은 각 변주마다 조성, 박자, 빠르기를 과감하게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주제에 없던 새로운 선율을 더해 각 변주를 하나의 독립된 악곡처럼 만드는 ‘성격 변주’를 선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낭만주의로 이어져 바리에이션을 보다 자유롭고 극적인 감정 표현의 도구로 변화시켰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변주곡은 더욱 자유로운 형태로 확장된다. 전통적인 주제와 변주의 틀을 유지하는 작품도 있었지만, 일부 작곡가들은 조성의 해체와 현대적 화성, 새로운 리듬 언어를 활용해 변주의 개념 자체를 새롭게 해석했다. 때로는 원래 주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해체하거나 재구성하기도 하며, 변주곡은 더 이상 단순한 장식이나 형식적 기법이 아니라 음악적 실험과 창작 정신을 담아내는 장르로 발전하였다.
이처럼 여러 시대를 거쳐 발전해 온 피아노 문헌 속에는 수많은 명곡들이 존재한다. 전공생들에게 특히 익숙한 작품으로는 모차르트의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작은 별 변주곡')’, 슈만의 ‘아베그 변주곡’, 브람스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을 들 수 있다.
전공생들은 이러한 변주곡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적 균형 감각을 터득하게 된다. 어떤 변주에서는 투명한 음색과 절제된 프레이징이 필요한 반면, 또 다른 변주에서는 폭발적인 에너지와 극적인 다이내믹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주제가 수많은 가능성으로 확장되는 순간, 변주곡은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음악의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박정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