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신공항·행정통합까지 닮은 듯 다른 해법 김부겸 ‘정권·인물론’ vs 추경호 ‘경제전문가·실행론’
대구시장 선거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는 퇴락해 가는 대구경제의 해법에 대해서는 유사한 처방을 했지만, 대구경북(TK)통합신공항 건설이나 행정통합과 같은 거시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결이 다른 공약을 내놓았다.
민생과 관련되는 경제분야 공약을 보면, 김 후보와 추 후보 모두 AI·반도체·미래모빌리티 산업 육성과 TK신공항건설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대구를 다시 일으키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두 후보의 공약집에는 청년 유출, 제조업 침체, 미래산업 부재, 도시 활력 저하에 대한 위기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정치적 입장은 달라도 대구의 현안에 대한 진단은 유사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한 이유에 대해 “대구의 절박함이 저를 다시 불렀다“고 했다. 그는 공약의 핵심인 대기업 유치와 관련해, "핵심은 기업이 올 명분과 조건을 만드는 일"이라며 "TK신공항은 그 핵심 조건 중 하나다. 공항이 움직여야 물류와 미래 모빌리티, 반도체 부품, 로봇, 방산, MRO 산업이 따라붙는다. 이미 일부 대기업 최고경영자급 인사들에게서 신공항이 가시화되면 대구 이전과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는 신호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시장이 되면 양질의 일자리 10만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러려면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 대구에는 기계·금속·자동차부품·섬유 같은 든든한 제조업 기반이 있다. 여기에 AI를 접목해 설계·공정·품질·물류를 혁신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시키겠다. 국민성장펀드에서 15조원을 끌어와 대구를 ‘남부권 판교’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추 후보는 “아들딸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상황에서 대구 경제를 살려달라는 부름에 응하고자 왔다”며 대구시장 출마 배경을 밝혔다. 자신의 핵심공약인 대구경제 대개조와 관련해선, “현재 용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팹(Fab) 증설이 진행 중이다. 2030년대 초반이 되면 용인 등 수도권은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다. 따라서 제2의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에는 용수, 전력, 인력, 그리고 저렴한 부지가 필수적인데, 대구가 바로 그 최적지다. 특히 인력 면에서도 디지스트(DGIST), 포스텍(POSTECH), 경북대를 비롯한 우수한 종합대학들이 많아 인력 풀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경제의 어려움은 경기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로 산업 구조 변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청년들이 떠나는 것”이라면서 “경제부처에서 대한민국 경제 성장 발전을 수립하고 국가 예산을 설계해 온 경험과 실력을 오직 대구에만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 AI·반도체 전면전⋯“대구 산업구조 바꾸겠다”
두 후보의 경제분야 핵심공약은 대구 산업 구조를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AI 로봇 수도’를 전면에 내걸었다. 수성알파시티를 AI 거점으로 육성하고 전통 제조업의 AI 전환(AX), AI 전문인력 5000명 양성, 미래모빌리티·반도체·의료헬스케어 산업 육성 등을 약속했다. 기존 산업과 AI를 결합하는 ‘사람 중심 AI 협업모델’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추 후보는 대구·경북의 주력산업과 연계한 접근을 하고 있다. 반도체·의료바이오·로봇·미래모빌리티 등 ‘4대 신산업’에 AI 엔진을 탑재하겠다는 구상이다. 구미 소재·장비 산업과 대구 설계·R&D 역량을 결합한 반도체 팹 구축,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육성, 로봇 안전인증센터 설립 등도 공약했다.
추 후보는 AX위원회 구성과 2조 원 규모 AX촉진펀드 조성을 통해 산업 AI 전환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제조업 생산성 향상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AI 전환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게 추 후보의 지론이다.
두 후보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유치를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김 후보는 “K2 후적지에 이미 전력과 용수가 준비돼 있다”며 AI 반도체 기업 유치 가능성을 강조했다. 추 후보 역시 “대구에 전력·용수·인재가 풍부하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팹과 협력사 유치를 약속했다.
◇청사진은 화려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글쎄요”
두 후보 주요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문가 견해도 나온다.
우선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집중 현상과 기존 산업 생태계를 고려하면 대기업들의 비수도권 생산시설 이전은 쉽지 않고, TK신공항 건설 국비지원 문제도 특별법 제정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민주당이 과연 대구편을 들어주겠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AI 산업 역시 단순 기업 유치를 넘어 지역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이 함께 이뤄져야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어 중앙정부와 국회, 기업을 대구시가 실제로 움직일 수 있겠느냐는 실행력 문제가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구현안과 중앙정부와의 업무 연결성도 변수
두 후보 모두 공약 해결의 전제인 ‘중앙정부와의 연결성’에 대해 서로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금 여당 소속”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대통령 임기 4년, 시장 임기 4년이 남았다”며 ‘여당 프리미엄(예산·입법 추진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추 후보는 경제부총리·원내대표 경력을 앞세우고 있다. 그는 “나에겐 예산의 물줄기를 설계하고 정책을 실현시킨 경험과 네트워크가 있다. 시장에 당선되면 이러한 노하우를 대구에 쏟아붓겠다”면서, 시장 직속 투자유치단 신설, 기업 규제 혁신, 인재 공급 체계 구축 등 세부 실행계획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 신공항·행정통합⋯방향 같지만 해법은 다르다
TK신공항과 행정통합은 두 후보 모두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취임 직후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2028년 통합단체장 선출 추진을 공약했다. 신공항 초기 재원 1조 원 확보, 군위권역 개발, 현 공항부지 첨단산업단지 조성도 약속했다. 그는 “행정통합으로 최대 10조 원 지원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추 후보는 “군 공항은 국방부, 민간공항은 국토부가 책임지는 국가사업으로 전환시키겠다”고 약속했다. TK행정통합과 관련해선 “2028년 총선에서 대구경북통합특별시장 선출을 위한 임기 단축을 공약, 시장이 되면 관련 행정 준비부터 제1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 “청년이 머무는 도시로 만들겠다” 공통화두로 제시
김 후보는 각 가정에 배달된 후보 공보물 맨 앞에 청년문제를 다뤘다. 서울로 떠난 딸에게 반찬을 가져가는 어머니 이야기와 시민 문자 등을 통해 대구 청년의 현실적인 고민을 강조했다. 그만큼 대구 청년의 수도권 이탈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청년이 대구를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일자리 숫자 때문만이 아니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산업단지에도 청년들이 머물 수 있는 주거·문화·교통 환경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청년단디채움공제, 청년창업펀드 1000억 원 조성,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추 후보는 “부모가 자녀에게 ‘대구를 떠나 좋은 직장을 찾아라’고 말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며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대구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고 있다.“민생이 살아나야 청년이 돌아오고, 청년이 돌아와야 대구가 살아난다”는 그는 지역대학 10만 인재 양성, 연 2만5000명 규모 취업패키지, 대구형 계약학과, D-청년패스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K-아레나 건립과 콘텐츠·게임 산업 육성 등 문화·관광과 결합한 청년 유입 전략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극명하게 다른 후보 공보물 전략…‘감성 서사’ vs ‘경제 브로슈어’
두 후보의 공보물은 구성 방식부터 달랐다.
김 후보 공보물은 ‘대구를 버리소’, ‘저를 써먹어 주십시오’ 등 감성적 제목을 전면에 배치했다. 낙선 경험과 시민 사연, 시장 상인과의 대화를 통해 인간적 서사와 정치적 상징성을 강조하는 방식이었다. 김 후보는 “저는 중앙정부와 협력하고 여당을 설득하며 대구 발전 예산을 확보할 정치력과 실행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추 후보 공보물은 ‘대한민국 경제통’, ‘대구의 미래를 설계합니다’ 등 정책 중심으로 구성됐다. 경제부총리 시절 사진과 산업현장 방문 장면 등을 적극 활용하며 ‘검증된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부각했다. 그는 “직접 대한민국 경제 살림을 맡아본 만큼 예산의 흐름과 경제 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중 실제로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