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위반건축물’이라는 낙인 속에 살아온 서민들에게 다시 한 번 합법화의 문이 열렸다.
국회는 지난 8일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2014년 이후 12년 만에 위반건축물 양성화 제도를 부활시켰다.
이번 특별법은 2023년 12월 31일 이전 완공된 소규모 주거용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 시행 기간은 법 공포 후 1년간 한시 적용된다. 정부는 “서민 재산권 회복과 주거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반복되는 양성화 정책이 불법 건축을 사실상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양성화 대상은 일정 규모 이하 주거시설로 제한된다. 단독주택은 연면적 165㎡ 이하, 중소규모 주택은 330㎡ 이하, 다가구주택은 660㎡ 이하까지 가능하다. 다세대주택은 세대당 전용면적 85㎡ 이하만 포함된다. 반면 상업용 건축물이나 대형 불법 증축 시설은 제외된다.
이번 특별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행정 구제가 아니라 현실적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위반건축물로 등재되면 금융권 담보대출 제한, 부동산 거래 감가, 반복적인 이행강제금 부과 등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이 따른다.
특히 지방 원도심에는 수십 년 전 생활 편의를 위해 설치한 베란다 확장, 옥상 가건물, 창고 증축 등이 지금까지 위반건축물로 남아 있는 사례가 많다. 당시에는 흔한 생활형 증축이었지만 건축법 강화 이후 불법 구조물로 바뀐 것이다.
포항도 예외는 아니다. 죽도동·중앙동·송도동·해도동 등 원도심 노후 주거지에는 위반건축물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재개발 지역에서는 건축물대장상 위반 표시 때문에 거래와 보상이 지연되는 사례도 반복돼 왔다.
이번 특별법의 핵심 변화는 주차장 기준 완화다. 원도심 단독주택 밀집 지역은 도로 폭이 좁고 필지가 협소해 현행 기준대로는 사실상 양성화가 불가능한 곳이 많았다. 정부는 일정 조건 아래 주차장 설치 의무를 완화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포항시 건축행정 관계자는 “원도심은 구조적으로 주차장 확보가 어려운 곳이 많아 행정적 고민이 컸다”며 “시민들이 혼선 없이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안내하되, 화재·붕괴 위험 건축물은 엄격히 심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는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죽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위반건축물 꼬리표 때문에 대출과 거래가 막혔던 집주인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며 “다만 양성화 대상과 제외 대상 간 형평성 문제는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특별법이 “버티면 결국 합법화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합법적으로 인허가 비용을 부담한 시민들과의 역차별 문제, 무단 증축 건축물의 구조 안전과 화재 위험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정부는 구조안전·소방·위생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양성화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위험성이 큰 건축물은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특별법은 단순한 불법 건축 구제를 넘어, 수십 년간 누적된 ‘법과 현실의 괴리’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