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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대 깔린 전기차 충전기, 10%는 고장 방치⋯‘보조금 장사’에 전기차 멈춰 선다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6-04-29 17:14 게재일 2026-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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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교수 “대수 채우기 급급한 환경부 탁상행정, 사후 관리 예산은 0원”
“일본은 수리 예비비 10% 별도 편성⋯주유소를 충전소로 바꾸는 민간 모델이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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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교수.

“국내 전기차 보급의 최대 걸림돌은 충전 인프라입니다. 50만 대라는 숫자 놀음에 빠져 고장 난 기기조차 방치하는 것이 우리 정책의 민낯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의 진단은 간결하고 명확했다. 그는 지난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충전 정책을 ‘질적 불균형이 초래한 정책적 실패’로 규정했다. 

설치 보조금에만 매몰돼 사후 관리는 뒷전인 구조<본지 4월 17일 5면·29일 2면 보도>가 소비자들을 전기차로부터 돌려세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가 꼽은 가장 큰 문제는 인프라의 질적 부조화다. 현재 보급된 충전기 중 급속 충전기는 12%에 불과하다. 

그는 “아파트는 밤새 꽂아두는 완속으로 충분하지만, 고속도로나 관광지는 단 몇십 분 내에 충전이 끝나는 급속이 핵심”이라며 “숫자 충족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필요한 곳에 쓸 기기가 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부실 관리의 이면에는 ‘보조금 장사’와 ‘한전 기본요금’의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 업체들이 설치 보조금만 노려 수요가 없는 곳에 기기를 설치했다가 수익은커녕 매달 내야 하는 전기 기본요금을 감당 못 해 단전하거나 방치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국 충전기의 10%는 고장 상태로 봐야 한다”며 “힘들게 찾아간 충전기가 먹통일 때 느끼는 사용자들의 분노가 매니아를 안티로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해결책으로 일본의 ‘관리 예비비’ 모델을 제시했다. 일본은 보조금 예산의 5~10%를 수리 및 시설 보수를 위한 예비비로 별도 편성해 즉각적인 대응 체계를 갖췄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이를 강조했지만 환경부는 여전히 사후 관리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업체에만 떠넘기고 있다”며 “설치비 지원에서 벗어나 실제 충전량에 따라 보조금을 주는 ‘실적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업체가 기기를 관리할 유인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하는 최종 해법은 민간 주도의 비즈니스 모델 정착이다. 관 주도의 보조금 의존증에서 벗어나 시장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 교수는 “경영난으로 문 닫는 도심 주유소들이 충전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고 후원해야 한다”며 “주유소 가격판처럼 충전 요금도 길거리에서 경쟁하고 소비자가 싼 곳을 선택하는 모델이 나와야 명절마다 반복되는 충전 대란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정부가 ‘기후 에너지’라는 완장을 차고 전문가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정책의 물줄기를 설치에서 관리로 관에서 민간으로 과감히 전환해야만 멈춰 선 전기차 시장을 다시 움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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