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물가·수리비 상승에 실속 소비 확산 외관 정비·정밀 검수 거친 리퍼 제품 인기
가전 물가와 수리비가 동반 상승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자 ‘리퍼(Refurbished) 제품’이 합리적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8일 찾은 포항시 북구의 한 매장. 겉보기에는 일반 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한편에 마련된 가전 코너는 TV, 청소기, 주방가전 등이 빼곡히 진열돼 가전 전문 매장을 방불케 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32인치 TV가 15만원대에 판매되는 등 시중가보다 저렴한 제품들이 방문객의 관심을 모았다.
이 같은 가격이 가능한 것은 해당 제품들이 리퍼 제품이기 때문이다. 리퍼 제품은 단순 변심으로 반품되거나 전시품, 또는 유통 과정에서 미세한 흠집이 생긴 제품을 정비한 것이다. 외관 부품 교체와 정밀 검수를 거쳐 새 제품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매장 관계자는 “기능상 문제는 전혀 없고 미미한 스크래치만 보완한 수준”이라며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A/S 역시 제조사를 통해 일반 제품과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리퍼 제품의 수요 확대는 실제 가전 관련 비용 상승과 맞물린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경북 지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8% 상승하며 전국에서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가전제품이 포함된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으며, 가전제품 수리비는 14.2% 급등했다.
신제품 구매뿐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까지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김모씨(53)는 “처음엔 중고 제품 같다는 선입견에 망설였지만 실제로 보니 새 제품과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며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 정도 품질과 가격이면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권용환 점장(45)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소기업 리퍼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높다”며 “마진율을 낮춘 판매 전략으로 고객 유입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서는 고물가 기조와 높은 수리비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리퍼 가전 시장의 성장세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사진/정혜진기자 jhj1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