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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이부동’의 정치

임창희 기자
등록일 2026-04-12 16:32 게재일 2026-04-1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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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희 선임기자


포항시장 경선은 끝났지만, 정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경쟁의 시간은 필연적으로 균열을 남긴다. 말은 날카로워지고, 지지자들은 편을 가르며, 그 과정에서 공동체의 결은 거칠어진다.

그러나 정치가 단순한 권력 획득의 기술이 아니라 공동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실천이라면, 경선 이후의 태도야말로 그 정치의 품격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폴리스적 동물’이라 규정하며, 공동체 속에서의 조화로운 삶을 인간의 본성으로 보았다. 그는 갈등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갈등은 더 나은 질서를 향한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중요한 것은 갈등 이후의 선택이다. 분열을 고착화할 것인가, 아니면 더 높은 차원의 합의로 나아갈 것인가. 지금 포항이 서 있는 자리 역시 그 질문 위에 놓여 있다.

동양의 고전에서도 비슷한 지혜를 찾을 수 있다.  ‘논어’ 에서 공자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했다.

다름을 인정하되 조화를 이루는 것이 군자의 길이라는 뜻이다.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생각의 차이와 정책의 이견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도시의 미래를 놓고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다. 문제는 그 다름이 끝내  ‘다툼’으로 남느냐, 아니면 ‘조화’로 승화되느냐에 있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장면은 이 이상과 거리가 멀다. 일부 공천 탈락 인사들이 결과에 불복하며 거친 언어로 판세를 흔드는 모습도 나타난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냉소 섞인 인식 위에,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키고 ‘식물시장’,  ‘시정 마비’와 같은 자극적 표현으로 불안을 증폭시키는 주장들이 이어지고 있다.

도시의 미래 비전이나 정책 경쟁이 아닌, 상대의 약점을 겨냥한 공세가 난무하면서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공동체를 다시 분열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고 있다. 이러한 혼탁한 언어는 결국 시민의 불안만 키울 뿐, 포항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역사를 돌아보면, 위대한 공동체는 언제나 갈등을 넘어선 연대에서 탄생했다. 전쟁과 분열의 상처를 딛고 통합을 선택했던 국가들, 치열한 논쟁 끝에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승자의 절제’와 ‘패자의 승복’이라는 성숙한 정치 문화를 보여주었다.

승자는 상대를 포용함으로써 정당성을 얻고, 패자는 결과를 받아들이며 공동의 미래를 위해 힘을 보탤 때 비로소 공동체는 앞으로 나아간다.

포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산업의 도시에서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지금, 내부의 균열은 곧 도시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경선 과정에서의 감정과 앙금이 계속된다면, 정책은 흔들리고 행정은 동력을 잃게 된다.

반대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힘을 모은다면 그 에너지는 도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추진력이 될 수 있다.

정치인은 결국 ‘기억되는 사람’이다.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어떻게 행동했는가로 평가받는다.

경선 이후 상대를 향해 손을 내미는 용기, 지지자들에게 화합을 설득하는 책임감, 그리고 개인의 이해를 넘어 도시 전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결단. 이러한 선택들이 쌓일 때 비로소 시민들은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된다.

시민 역시 관객이 아니다. 갈등을 부추기는 언어보다 화합을 지지하는 태도, 편 가르기보다 공통의 이익을 찾으려는 시선이 필요하다.

공동체는 정치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도시의 품격을 결정한다.

경선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경쟁의 기억이 아니라 협력의 미래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결국 같은 도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때 포항은 더 단단해질 수 있다.

갈등을 넘어 조화로, 분열을 넘어 연대로 나아가는 선택. 그 선택이야말로 포항의 다음 시간을 결정짓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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