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공직 마감하며 ‘지천면지(枝川面誌)’ 발행 아카시아 축제 기획부터 퇴임 후 봉사까지···멈추지 않는 애향 행보
“등 굽은 소나무가 결국 선산을 지키듯, 부족한 저를 키워준 고향 지천을 위해 변치 않는 소나무가 되고 싶을 뿐입니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에서 나고 자라 제35대 지천면장으로 공직을 마무리한 이상기 전 면장(63)의 삶은 ‘지천’ 그 자체다. 1987년 공직에 입문한 이래 36년간 칠곡군청 산업과, 농림과, 축산계장, 농업정책과장, 석적읍 부읍장 등 요직을 거치며 쌓은 행정 전문가로서의 역량은 고향 지천면에서 화려한 꽃을 피웠다.
이 전 면장의 가장 독보적인 업적은 단연 ‘지천면지(枝川面誌)’ 발행이다. 지천면지 발행은 1914년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 이후 50여 명의 면장이 거쳐 갔지만, 방대한 자료와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누구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면민들의 숙원이었다.
이 전 면장은 퇴직을 불과 1년 6개월 앞둔 2021년, “고향의 역사와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 후손을 위한 도리”라는 생각으로 편찬 작업에 착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군수를 설득해 예산을 확보하고, 72명의 편찬위원회를 구성해 23개 마을을 이 잡듯 뒤졌다.
2022년 정년퇴임 후에도 그는 쉬지 않고 10개월간 편찬위원회 사무실로 출근해 봉사 활동을 했다. 사비와 시간을 들여 원고를 교정하고 영상 촬영을 진두지휘한 결과, 2023년 5월 지천면 역사가 109년 만에 가장 품격 있고 방대한 자료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그의 업적은 기록에만 머물지 않는다. 1990년대 말, 전국 최대 아카시아 군락지인 신동재를 주목해 ‘신동재 아카시아 벌꿀 축제’를 최초 기획한 이가 바로 그다. 이 축제는 칠곡군을 대표하는 문화 행사로 자리 잡으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퇴임 후에도 지천면민 친선 골프 대회를 조직해 3년째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지천면 발전협의회 위원으로서 ‘신동역 대경선 정차’, ‘낙화담 둘레길 개발’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주변에서는 그를 ‘지천의 효자’라 부른다. 99세 부친과 96세 모친을 고향 본가에서 삼 형제가 24시간 교대로 정성껏 봉양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수상 실적이나 효행이 알려지는 것을 한사코 거부한다.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일 뿐이며, 공직에서의 성과는 동료와 면민들이 도와준 덕분”이라며 겸손해 한다.
그는 고향 홍보도 빼놓지 않는다.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 양떼목장, 낙화담과 같은 명소가 많으며 학군도 좋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가정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지천”이라고 자랑한다.
그는 요즘 ‘지천 소나무’라는 별칭으로 유튜브 활동을 하며 지천의 아름다움을 전국에 알리고 있다.
/유무근 시민기자